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홀수 해엔 개인전, 짝수 해엔 단체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치러진 개인전 대회와 함께 제57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완성하는 대전이다. '탁구 최강' 중국이 단연 남녀 모두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다. 중국 남녀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나란히 22회 우승을 이룬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남자팀은 무려 11회 연속, 여자팀은 6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 탁구는 스포츠 자원이 빈약했던 1960~70년대 국내 구기스포츠 사상 최초로 세계 제패의 꽤거를 이룩하는 등 세계 정상권을 넘나드는 성적을 꾸준히 내며 국민들에게 ‘우리도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 주고, ‘파이팅 코리아’의 명성을 드높였다. (본 코너 1021회 ‘왜 ‘파이팅 코리아’라고 말할까‘ 참조)
한국 탁구가 국제무대에서 첫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59년 제25회 서독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였다. 이 대회에 고교생인 조경자(진명여고) 최경자(광주 수피아여고)를 주전으로 출전시킨 한국은 유럽의 강호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을 차례로 누르고 3개국이 겨루는 결승리그에 진출했다. 결승리그 첫판에서 중국을 3-0으로 이긴 한국은 일본과의 마지막 결승전에서 2-2 동점을 이룬 뒤 마지막 단식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분패, 세계정상 일보 직전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아시아 정상을 넘보는 것조차 엄두를 못내던 당시, 여자 탁구가 세계 2위에까지 오르는 성적을 올려 국민적인 환호와 열광을 받았다.
한국 탁구는 도르트문트 대회 이후 14년만인 1973년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이에리사와 정현숙 등이 스웨덴, 소련, 헝가리, 루마니아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리그에 진출한 뒤, 세계 최강 중국(당시 중공)과 일본마저 물리치고 대망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에서 남북한은 남한 현정화, 북한 이분희 등이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개가를 올려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승전보로 기록됐다. (본 코너 1003회 ‘남한은 ‘단일팀’, 북한은 ‘유일팀’이라고 각기 다른 말을 쓴 까닭‘ 참조)
한국 스포츠가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최고의 스포츠 유산으로 삼고 있는 것은 경기 인구가 적은 가운데 비인기 종목의 한계를 극복하고 화려한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침체하던 한국 여자탁구는 최근 신유빈과 전지희가 국제무대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반등하는 분위기다.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신유빈과 전지희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에서 한국에 21년 만의 탁구 금메달을 안겼다.
이번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탁구의 전통을 살려 승리의 기억을 재현하기 바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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