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코리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의 신문기사를 보면, 응원구호로서 ‘파이팅 코리아’라는 것이 등장했던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 1964년 10월 12일자에 수록된 ‘‘파이팅 코리아’, 관중들 우뢰의 응원‘제하의 기사에는 ‘우루과이와의 대전에서 일패도지한 한국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힘이 없는 모습으로 퇴장했는데 돌연 관중석에서 ‘파이팅 코리아’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가 너무나 큰 탓인지 관중석에는 어리둥절한 채 덩달아 박수로 호응해주었다”고 적고 있다. 동아일보 1964년 10월 14일자에는 ‘한국남자배구팀이 일본팀과 시합을 한 13일 요코하마 문화체육관에는 한국여자배구선수들이 ‘파이팅 코리아’를 소리높이 외치는가 하면, ‘송아지 송아지’라는 노래까지 합창하고 때로는 ‘3,3,7’박수를 보내어 빽빽이 들어찬 일본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수록되어 있다. 사상 최대의 한국 선수단이 출전한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썼던 것이다.
원래 ‘파이팅’이라는 말은 국적불명의 용어이다. 민족문화연구소 이순우 책임 연구원이 쓴 '파이팅은 일제잔재인가?'에 따르면 영어권에서는 대개 응원구호로 “고 포 잇(Go for it!)”이라거나 “킵 잇 업(Keep it up!)” 정도의 말을 사용한다. 일본은 “간바레(がんばれ)” 또는 기껏 “화이토(ファイト; Fight)”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알려진다. 따라서 “파이팅(Fighting!)”이라고 하는 경우에는 비록 영어식 표현이기는 하나 그 어느 나라에서도 그 뜻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이 말이 일제잔재라는 얘기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 항공특공대가 최후 출격을 앞두고 외치는 구호가 바로 ‘파이팅’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파이팅’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로 ‘아자’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적이 있었다. 한때 ‘아자 아자’라는 표현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으나, ‘아자 아자 파이팅’의 형태로 회귀하는 바람에 이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번 굳어진 언어습성을 고치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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