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용어 ‘투셰(Toucher)’는 원래 상대 선수에게 득점을 내주었을 때 외치는 말이다. 이는 자신이 찔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현재는 심판이 투셰라고 선언하고 전자 채점기가 득점으로 간주한다. 프랑스어인 이 말은 영어로 ‘터치(Touch)’라고 말한다. 어원적으로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넘어간 말이다. ‘Toucher’의 당초 어원은 접촉한다는 의미인 라틴어 ‘Toccare’이다. 펜싱에서 투셰는 ‘찔렀다’라는 뜻이 아니라 ‘찔렸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출발한 펜싱은 칼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찌른 사람조차도 내가 제대로 찔렀는지, 빗나가게 찔렀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찔린 사람은 자신이 찔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채점을 할 때 득점한 선수가 아니라 실점한 선수가 손을 들고 점수를 주는 것이 펜싱의 기본 규칙이었다. 투셰라는 말에는 패배를 인정하는 펜싱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본 코너 1151회 ‘펜싱 경기 용어는 왜 프랑스어를 사용할까’ 참조)
하지만 올림픽에서 펜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합리적인 득점관리를 위해 심판이 투셰를 판정을 하도록 바꿨다. 대한펜싱협회 경기규칙에 따르면 투셰의 구체성은 전기심판기의 신호에 의해, 때로는 부심들과의 상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판정은 오직 전기심판기의 램프 또는 보조램프의 신호만을 근거로 한다. 어떤 경우에도 심판은 전기심판기에 정상적으로 투셰가 신호되지 않았을 경우 결코 한 선수에게 투셰를 부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