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리웠다' 라셈, 귀화까지 준비... 배구 국가대표 가능성

김학수 기자| 승인 2025-05-17 12:37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서 흥국생명 지명을 받은 라셈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서 흥국생명 지명을 받은 라셈
흥국생명의 2025-2026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7순위 지명을 받은 레베카 라셈(28)이 한국 배구계의 새로운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계 3세인 그는 귀화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셈의 뿌리는 한국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의 할머니는 한국인 미국 이민 1세대로, 미군으로 복무했던 할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라셈의 아버지 제프 레이섬을 낳았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태어난 라셈은 엄연한 한국계 3세인 '쿼터 코리언'인 셈이다.

V리그 팬들에게 라셈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는 2021-2022시즌 IBK기업은행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당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6순위로 IBK에 합류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시즌 초반 계약이 해지되며 아쉬운 첫 한국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다시 한 번 외국인 트라이아웃에 도전했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고, 그리스와 푸에르토리코 리그를 거쳐 4년 만에 V리그에 재입성하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해온 라셈은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후 "V리그를 떠난 뒤에도 꾸준히 경기를 챙겨 봤다"며 "특히 김연경 선수와 GS칼텍스의 실바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를 많이 봤다. 경기를 볼 때마다 한국 생각이 나서 힘들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에서 환영받고 팬들의 사랑을 경험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팬들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한국 팬들이 배구를 얼마나 사랑하고,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 문화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기에 꼭 돌아오고 싶었다"며 V리그 복귀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IBK기업은행 선수 시절의 라셈
IBK기업은행 선수 시절의 라셈
주목할 점은 라셈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넘어 귀화 의사까지 내비쳤다는 것이다. 그는 구단 관계자에게 '귀화해볼까요?'라는 가벼운 농담처럼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이러한 발언이 배구계에 전해지며 라셈의 귀화 가능성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라셈의 아버지 제프 레이섬 역시 최근 한국 시민권 취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그가 최근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한국 시민권 취득에 필요한 서류를 문의했다는 정보가 전해지면서 라셈의 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인 경우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배구계에서는 이미 여러 귀화 선수 사례가 있다. 현재 남자부 대한항공의 미들 블로커 진지위는 홍콩 출신으로 2019년 '우수 스포츠 인재' 자격으로 귀화했다. 또한 후인정 전 KB손해보험 감독은 화교 출신으로 귀화 후 프로선수로 활약했으며, 여자 선수 중에는 중국 태생의 이영이 일반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례가 있다.

메츠 선수 시절 스파이크하는 라셈
메츠 선수 시절 스파이크하는 라셈
라셈에게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인연이 있다. 그는 현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페르난도 모랄레스와 최근까지 푸에르토리코 과이나보 메츠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모랄레스 감독의 집중 지도 아래 스윙폼과 스텝을 교정한 라셈은 기량이 크게 향상되어 푸에르토리코 여자배구 리그(LVSF)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만약 라셈이 한국으로 귀화한다면,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뛸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다만 우수 스포츠 인재로 인정받아 국적을 취득하려면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라셈의 한국 귀화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그녀의 강한 의지와 함께 능력 입증 등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3세 쿼터 코리언으로서 라셈이 가진 한국에 대한 애정이 태극마크로 이어질지 배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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