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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리에서 시작된 반전' 웨어버 '굴욕' 김하성, 애틀랜타 유격수 1년 만의 홈런 주인공 되다

2025-09-04 16:34:50

김하성
김하성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기다린 건 단순한 장타가 아니었다. 올 시즌 내내 공백이었던 '유격수 홈런'이라는 장면, 그리고 그 장면을 통해 팀의 미래를 다시 그려갈 수 있는 단서였다. 9월 초 김하성의 방망이가 그 답을 내놓았다.

지역 라디오 680 The Fan은 이렇게 전했다. "김하성의 3점 홈런은 올해 브레이브스 유격수의 첫 홈런이자, 지난해 9월 20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올랜도 아르시아가 기록한 이후 처음 나온 유격수 홈런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브레이브스가 얼마나 오랜 시간 중심 내야에서 파워 부재에 시달려 왔는지가 응축돼 있다.

브레이브스는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였다. 아쿠냐 주니어, 라일리, 올슨 등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했고, 투수진 역시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야의 핵심 포지션인 유격수만큼은 늘 불안했다. 아르시아가 간간히 활약을 보여줬지만 장타 생산력은 거의 사라졌고, 이후에는 침묵만 이어졌다.
올 시즌 들어서는 더욱 가관이었다. 유격수 자리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나오지 않았다. 장타가 단순히 점수를 더하는 도구가 아니라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상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브레이브스 팬들에게 꽤 뼈아픈 기록이었다.

이런 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름이 바로 김하성이다. 탬파베이가 웨이버 공시한 그를 브레이브스는 지체 없이 영입했다. 사실 웨이버 클레임은 팀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땜질'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하성의 경우는 달랐다. 이미 샌디에이고에서 골드글러브를 거머쥔 경험이 있고,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려낼 수 있는 공격 잠재력을 입증한 선수다.

김하성이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기더니, 두 번째 경기에서 마침내 3점포를 터뜨렸다. 그것은 단순히 점수판에 새겨진 숫자가 아니었다. 1년 가까이 비어 있던 유격수 홈런의 공백을 깨뜨리는 순간이었고, 동시에 브레이브스가 내년을 그려갈 그림 속에 김하성이라는 조각을 넣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브레이브스는 전통적으로 대형 FA 계약에 소극적이다. 대신 내부 육성과 합리적인 투자를 통해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런 팀에게 김하성의 계약 구조는 딱 맞는다. 올 시즌 남은 약 200만 달러, 그리고 내년 1,600만 달러. 수비와 공격을 겸비한 올스타급 내야수를 이 금액에 확보할 수 있다는 건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오히려 ‘거저’라 할 수 있다.

김하성에게도 이는 절호의 기회다. 샌디에이고 시절엔 팀의 변방으로 밀리기도 했고, 탬파베이에선 웨이버라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애틀랜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유격수 포지션이 명백히 비어 있었고, 팬들은 새로운 주인공을 갈망하고 있었다. 김하성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무대를 얻은 셈이다.
결국 김하성의 3점 홈런은 단순한 한 경기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침체된 브레이브스 타선을 흔들어 깨우는 신호탄이자,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팀의 허리를 맡을 수 있는 선수의 등장을 알린 선언이었다. 무엇보다도, '버려진 자리에서 시작된 반전'이라는 드라마틱한 서사가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브레이브스는 올겨울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스닛커 감독의 은퇴 가능성이 크고, 로스터 재편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김하성의 이름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오히려 브레이브스가 내야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할 때, 중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의 홈런은 '1년 만에 나온 유격수 홈런'이라는 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브레이브스가 필요로 했던 희망의 메시지였고, 김하성이 갈망했던 무대의 복귀 선언이었다. 팬들이 환호한 건 단지 점수 때문이 아니라, 그 한 방 속에 담긴 상징성 때문이었다. 버려졌던 선수가 새로운 도시에서 팀의 심장을 되살리는 순간. 김하성의 방망이는 애틀랜타의 내일을 바꾸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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