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을 두고 '전천후'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명확하다. 샌디에이고 시절부터 그랬고, 이제 애틀랜타에서도 그의 가치는 단순히 타격 성적에 머물지 않는다. 유격수, 2루수, 3루수 어디든 나서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칠 수 있고, 팀 상황에 따라 1번부터 하위타선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여기에 공격에서도 한 방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번트로 주자를 진루시키고, 때로는 장타를 만들어내며, 주루에서는 도루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경기 흐름을 바꾼다. 팬들이 "김하성 야구는 입체적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단순히 타격 지표 이상의 가치를 몸으로 보여주니, 보는 입장에서는 경기 자체가 다채롭게 느껴진다.
물론 이정후의 타격 기술은 분명 높이 평가받는다. 투수들의 구종과 볼 배합을 읽는 능력, 코스에 맞춰 배트를 대는 능력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를 치는 장면 외에는 뚜렷한 장면이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단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비 포지션도 외야로 한정돼 있어, 김하성처럼 팀 전술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그래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야구 게시판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김하성 경기를 보면 뭔가 기대가 된다." 단순히 타격 하나에 그치지 않고, 수비에서 호수비가 나올 수도 있고, 주루에서 번뜩이는 장면이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팬들이 '전천후'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이정후는 안타를 치면 "역시 이정후"라는 감탄은 나오지만, 그 이상은 잘 뽑아내기 어렵다. 팀의 핵심 타자로서 안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따른다.
물론 이것은 팬들의 시각일 뿐이다. 선수 본인들의 존재감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난다. 한쪽이 더 낫다는 단순 비교가 아니라, 스타일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인식의 차이인 셈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