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패배 직후 "5차전 마무리는 김서현으로 간다"고 예고한 것이다.
부진한 마무리 투수를 또다시 예고한 건 의아했다. 감독의 '신뢰'로 포장되지만, 냉정히 보면 '고집'에 가깝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의 행보는 다르다.
'내가 선택했으니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는 신념의 표현이라기보다, 결과를 통해 자신의 판단을 증명하려는 '오기'처럼 보인다.
감독의 신념은 팀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김경문은 그 신념을 지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듯하다.
김서현을 다시 마운드에 세우는 결정은 단순한 '믿음'의 문제가 아니다. 4차전에서 무너진 불펜, 흔들린 팀 분위기, 그리고 삼성 타자들이 이미 김서현의 구위를 체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했다.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또 그를 쓰겠다고 선언한 건, 팀 전체의 심리에 부담을 주는 발언이었다.
게다가 굳이 그 말을 공언할 이유가 있었을까. 상대에게 정보를 주고, 팬들의 시선을 한 선수에게 몰아가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 단기전은 심리 싸움이다. 감독의 한마디가 팀의 에너지 흐름을 좌우한다.
김경문 감독은 분명 경험 많은 지도자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마치 스스로에게 쫓기는 듯하다. 과거의 냉정함 대신, '끝까지 내 방식으로 간다'는 자존심이 앞서 있다.
야구는 오기로 하는 경기가 아니다.
감독이 감정에 끌리면, 선수들도 흔들린다. 팀이 필요한 건 '신념의 완성'이 아니라 '승리의 현실'이다. 김경문 감독이 다시 한 번 냉정함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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