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한화는 6-2로 앞서던 경기를 끝내 5-6으로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표면적인 패인은 마무리 김서현의 붕괴였지만, 이 경기를 단순히 투수 한 명의 난조로 정리하기엔 석연치 않은 장면이 많았다. 이날 패배의 본질은 ‘투수의 실패’가 아니라 ‘벤치의 방치’에 가까웠다.
이상 징후는 8회부터 명확했다. 4점 차 리드 상황, 2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첫 타자 최형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르윈 디아즈와의 10구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류지혁에게는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찾지 못하며 다시 밀어내기 점수를 내줬다. 이미 이 시점에서 승부의 주도권은 마운드가 아니라 벤치로 넘어갔다. 투수의 제구가 완전히 흔들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교체 혹은 최소한의 개입이었지만, 한화 벤치는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않았다.
결국 참사는 예정된 수순처럼 이어졌다. 최형우와 이해승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동점과 역전을 내준 뒤에야 교체가 이뤄졌다.
김서현은 1이닝 1피안타 7사사구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 숫자는 단순한 개인 부진의 결과라기보다, 무너지는 과정을 끝까지 방치한 벤치가 함께 만든 기록에 가깝다.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마무리가 무너지고 있다면 벤치는 그 무너짐을 끊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날 한화 벤치는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8회에 이미 드러난 붕괴 신호를 외면했고, 9회에는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운영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김서현의 난조는 분명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도부가 그 난조를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패는 선수의 몫일 수 있다. 하지만 방치는 지도자의 책임이다. 이날 대전에서 벌어진 역전패는 한 명의 투수가 아니라, 결단을 미룬 벤치가 만들어낸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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