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지난 2일 3라운드 때 시작됐다. 허인회가 7번 홀에서 친 티샷은 오른쪽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향했다. 포어캐디는 흰 깃발을 들며 OB를 선언했다. 허인회는 프로비저널볼(잠정구)를 쳐 페어웨이로 보냈다.
두 명의 경기위원과 치프 레프리까지 투입됐지만 결국 OB 여부를 가리지 못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나왔다. 원구 자체를 취소하고 잠정구로 경기를 이어가라는 지시였다. 사실상 아마추어 골프 라운드에서나 나올 법한 ‘멀리건’이 인정된 셈. 지시대로 플레이 한 허인회는 이 홀을 파로 마쳤다.

3일 최종 라운드에서 허인회는 7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로 경기를 끝냈다. 정상대로라면 송민혁, 조민규와 연장전에서 우승 다툼을 해야했다. 하지만 대한골프협회는 허인회의 3라운드 7번 홀 티샷이 OB 구역에 떨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기존 판정을 번복하고 2벌타를 부여했다. 순위도 3위로 밀렸다.
규정상 새로운 사실이나 증언이 확인되면 스코어 수정은 가능하다. 다만 판정 번복에 따른 벌타 통보는 최대한 신속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골프협회는 최종 라운드가 종료되고, 연장전에 돌입해야 하는 시점에서 기존 판정을 번복해 벌타를 적용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번 대회는 대한골프협회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했다. 허인회의 ‘밀리건’ 사태는 해외 매체에도 보도될 정도로 파장이 확산됐다.
4일 미국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 위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혼란스럽고 논란이 크다” 또 “결과보다 판정 논란이 더 이슈가 됐다”고 보도했다. 갤러리들의 항의에 대회 관계자들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출동하는 등 당시 현장 분위기도 묘사했다.

이미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한국오픈 우승자는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하는 처지다.
지난해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성명을 통해 올해부터 스코틀랜드, 스페인, 일본, 홍콩,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6개국의 내셔널 타이틀 골프 대회 우승자에게만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권을 부여했기 때문.
한국오픈 성적 상위 2명에게 출전권이 주어졌던 디오픈도 1장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한국골프 외교력 부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골프 단체 수장 격인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도 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강형모 회장은 지난 2024년부터 매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현장을 찾았다.
이번 ‘멀리건’ 사태는 강형모 호의 골프 행정에 또 하나의 ‘티’가 됐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세계 무대에서 밀리고 있는 한국골프 위상을 높이는 것이 대한골프협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이런 졸속 행정이 나와 안타깝고”고 말했다.
한종훈 기자 hjh@maniareport.com
[한종훈 마니아타임즈 기자/hjh@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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