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발의 수련생들, 시니어 맞춤형 '경락품세'
“힘이 안 들어가는 듯 보여도, 막상 해보면 속에서 묵직한 에너지가 솟아납니다.”
올해 2년째 진행 중인 경락품세 교육 아침 풍경이다. '2026 무주 태린이문화 페스타' 사전 프로그램 성격으로 오는 8월 27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열린다. 숙련도에 맞춰 오전 10시는 기존 수련자 위주의 경험자반, 오후 3시는 초보자반으로 분리 운영한다. 경락품세는 사상체질과 음양오행 사상에 기반해 한의학 경락 이론과 단전호흡을 접목한 신개념 수련법이다. 엘리트 스포츠의 틀을 깨고 건강 증진을 추구하는 생활 스포츠로 진화했다. 손발을 조화롭게 움직여 신체 중심을 유지하는 데 비중을 더한다. 피로도가 낮아 고령자도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다.
◇"관절이 부드러워졌다"… 고령층 일상을 회복시키는 힘
양래수 어르신은 지난해 지인 권유로 수련 대열에 합류했다. 무릎 수술을 받고 고관절까지 크게 다친 이력이 있어 처음엔 동작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양 어르신은 “처음엔 몸이 몹시 불편했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며 다가오는 8월 검은띠(단) 심사에 신청서를 냈다. “무주는 태권도 성지다. 내 건강을 위해 끝까지 할 생각이며 주변 사람에게도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자긍심을 한껏 뽐냈다.
평소 탁구와 당구를 쳐왔다는 윤부자(83) 어르신은 매력 요소로 ‘전신 운동’을 꼽았다. 윤 어르신은 “노인들이 온몸을 쓸 데가 마땅치 않다”며 “이곳에 와서 움직이는 시간이 무척 즐겁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다들 해보고 싶어 한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현장 지도진은 18개 안팎의 동작을 반복해 가르친다. 박우하(82) 사범은 “천천히 움직이되 끝까지 집중력과 힘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순서를 기억하고 손발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과정이 인지 자극과 치매 예방, 균형감각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고 노년층 맞춤형 수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과학적 검증 단계 진입… 보건·복지·체육 전방위 협력
지난해 뜨거운 호응을 확인한 무주군은 올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어르신들이 몸으로 느끼는 주관적 만족감을 객관적인 의학 데이터로 '검증'하고, 교육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일회성 시범 사업이 정규 과정에 완벽히 안착한 배경에는 황인홍 무주군수의 확고한 정책적 의지가 뒷받침됐다. 행정 지원에 힘입어 5개 기관의 협력망도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무주군보건의료원이 인바디와 우울·치매 검사 등 정밀 측정으로 건강 상태를 살피고, 무주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종용)과 대한노인회 무주군지회(회장 이광부)는 읍·면 경로당을 순회해 참여자를 모집하는 현장 관리에 집중한다. 체육계인 무주군태권도협회(회장 이도우)와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총재 이상기)은 우수 지도자 연계부터 교육 계획 수립까지 실무 전반을 책임진다. 무엇보다 올해 시작한 사전·사후 건강 측정은 어르신들의 주관적 만족도를 객관적 수치로 증명하는 핵심 단계다. 중심에는 한국신체정보의 첨단 장비를 투입한 데이터 기반 사후관리 프로세스. 무주국민체육센터와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참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1차 신체 측정은 향후 신체 변화를 정밀 추적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로 활용된다.
교육 과정 종료 후 실시될 2차 측정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자세 정렬 상태, 신체 균형도, 관절 가동 범위 등의 변화를 객관적 수치로 도출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참여자별 신체 특성에 맞춘 지도 강도 조절과 프로그램 보완 기준으로 쓰인다. 근육량, 골밀도, 자세 정렬 등 정량적 데이터를 차곡차곡 축적해 사업을 뒷받침할 든든한 정책 근거로 쓰겠다는 포석이다.

◇"노인 체육 바우처 확대가 건강보험 재정 위기 넘는 열쇠"
시스템을 갖추고 데이터 축적에 나섰지만, 당장 현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100%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벽이 높다. 이도우 무주군태권도협회장은 재정과 인력 확보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어르신들도 도복을 입으면 학생마냥 설레며 삶의 새로운 목표를 찾는다”면서 “수업을 확대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어르신을 수용하려면 규칙적인 예산 편성과 전문 지도자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 수업이 시작되는 오후 시간대 이전, 비어있는 태권도장을 교육장으로 활용하면 별도의 예산 투입 없이 훌륭한 실버 체육 거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 회장은 “고령층의 체육 시설 이용을 돕는 '시니어 체육 바우처' 제도를 대폭 확대 적용해야 한다”며 “어르신들이 아프기 전에 스스로 동네 도장에 걸어 나와 신체를 단련하게 유도해 만성질환과 낙상 사고를 예방한다면,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건강보험 적자 문제를 상쇄하는 데 막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주표 실버 헬스케어' 실험은 초고령층이 수동적인 복지 수혜자에서 능동적인 수련으로 신체적 자립을 이루고 스스로 '예방적 건강 관리'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정우 마니아타임즈 선임기자 / kedspor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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