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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스포츠 브레인] 확정된 나쁜 소식보다 '모르는 상태'가 더 아프다... 일희일비(一喜一悲), 정규시즌 마지막 날의 뇌과학

2026-10-12 08:5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오늘 오후 6시30분 KBO리그 정규시즌의 마지막 경기들이 시작된다. 시선이 가장 쏠리는 곳은 광주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가 3위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3위는 17일부터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4위는 하루를 쉰 뒤 14일부터 5위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두 팀은 나란히 78승을 쌓았고 승차는 0.5경기, 승률은 0.553과 0.549다. 무승부라면 승률이 높은 KIA가 3위를 지킨다.

144경기를 치르고도 결론은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 이쯤 되면 많은 팬이 휴대전화 계산기를 꺼낸다. KIA가 이기면, LG가 이기면, 비기면, 이상하다. 계산이 끝나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는다. 왜일까.

영국 런던대학교(UCL) 연구진이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실험이 실마리를 준다. 참가자 45명이 컴퓨터 화면에서 바위를 하나씩 뒤집는 게임을 했다. 바위 밑에 뱀이 있으면 손에 약한 전기 충격이 왔다.
연구진은 뱀이 숨어 있을 확률을 계속 바꾸면서 참가자의 주관적 스트레스, 동공 확장, 땀 분비를 측정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충격이 올 확률이 50%일 때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 충격이 확실히 오거나 확실히 오지 않을 때, 즉 확률이 100%이거나 0%일 때 스트레스가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확실히 아픈 것보다 아플지 모르는 상태가 더 괴롭다고 설명했다.

신호등에 빗대면 쉽다. 빨간불이면 멈추고 초록불이면 달리면 된다. 가장 피곤한 곳은 노란불이 계속 깜빡이는 교차로다. 뇌가 어느 쪽으로 몸을 준비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불확실성 혐오라고 부른다.

나쁜 소식이 확정되면 슬프지만 적어도 마음은 정리를 시작할 수 있다.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 시작조차 어렵다. 그래서 오늘 저녁까지 팬들이 지치는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증거다.

계산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일은 모르는 상태를 줄이는 행동처럼 느껴져 잠시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계산기를 두드릴수록 머릿속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만 하나씩 늘어난다. 무엇보다 결과를 바꾸는 것은 광주의 마운드와 타석에 선 선수들이지 계산기를 든 팬이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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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은 불안을 없애는 약이 아니라 잠깐 잊게 하는 진통제에 가깝다. 같은 계산을 다섯 번째 하고 있다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계산을 반복해도 답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그 답이다.

어제 KIA가 3위 확정에 도전했지만 롯데 자이언츠에 1대4로 졌고, 순위표는 오늘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로 넘어갔다. 선발은 KIA 양현종과 LG 임찬규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곳은 광주만이 아니다. 최다안타 부문에서는 롯데 레이예스가 207안타, KT 최원준이 205안타로 마지막 타석까지 숫자를 따지고 있다.

5위를 확정한 두산도 같은 처지다. 잠실에서 롯데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지만, 이틀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날 상대는 광주의 결과가 정해 준다. 한 팀의 마지막 경기가 다른 팀의 첫 상대를 결정하는 구조다. 가을야구의 입구는 이렇게 서로의 결과가 맞물려 있어서 어느 팀도 자기 힘만으로 상황을 끝낼 수 없다. 모르는 상태가 길어지는 구조적 이유다.

가을야구는 이틀 뒤 수요일에 막을 올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14일 시작되고 17일에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다. 새 시리즈가 시작되면 지난 144경기는 한꺼번에 지난 시즌으로 묶여 저장된다. 이때 기억을 편집하는 규칙이 하나 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연구진이 밝힌 피크엔드 법칙이다. 사람은 긴 경험을 평가할 때 모든 순간을 평균 내지 않고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마지막 순간만 골라 남기는 경향이 있다. 영화의 명장면과 엔딩 장면만 기억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어느 팀의 팬이든 오늘 마지막 장면의 색깔이 올 시즌 전체에 번질 수 있다.

여기서 일희일비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 번 기뻐하고 한 번 슬퍼한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 마음이 쉼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가리킨다. 보통은 경계하라는 말로 쓰이지만 오늘만큼은 이 흔들림이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뇌의 정상 반응이라는 점을 기억해도 좋다. 다만 흔들림 끝에 무엇을 남기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오늘 밤 경기가 끝나면 순위표는 확정되고 불확실성은 사라진다. 그때 우리의 뇌는 144경기 가운데 어느 장면을 올 시즌 대표 컷으로 저장할까. 오늘만큼은 계산기를 잠시 내려놓고 올 시즌 가장 오래 남기고 싶은 한 장면을 미리 골라 보면 어떨까.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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