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의 올림픽 출전은 불투명했다. 실력은 당연했다. 정상권 세계 랭커여서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은 일찌감치 획득했지만 문제는 컨디션이었다.
무리한 탓인지 손가락 부상까지 당했다. 그것이 올림픽을 불과 1개월여 앞둔 7월의 박인비였다. 박인비의 올림픽 출전은 기대할 수 없었다. 대표 팀에서도 대타를 물색 중이었다. 그가 아니라도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박인비는 마지막 순간 올림픽 출전을 결행했다. 만약 일이 틀어지면 그에게 쏟아질 비난이 어떠하리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에 사실 ‘결행’은 말처럼 그리 만만 한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살벌한 집중력’이 나온 이유이다.
116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 여자골프.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 1타차로 중간성적 1위를 놓쳤지만 이 후 3일간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고 4라운드 최종 16언더파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은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열리는 프로대회와는 격이 다르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래서 ‘하늘이 점지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영광이다’. 무심의 박인비, 무표정의 박인비가 마지막 홀에서 두 손을 맘껏 치켜들고 환희의 웃음을 흘린 이유다.
2013년 LPGA 챔피언십과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그리고 2015년 브리티시 오픈 정상 등 메이저대회를 차례대로 점령, 여자 골프 역사상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다. 그 사이에 그는 2013년의 US 여자 오픈과 2014년, 2015년의 LPGA 챔피언십을 거머쥐었다.
통산 106주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로 한국인 중에선 처음 LPG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박인비는 2016년 6월 10일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만 27세 10개월 28일로 역대 최연소였다.
그리고 2016년 8월 리우 올림픽 정상에 섬으로써 남녀를 통틀어 사상 최초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커리어 그랜드 슬램 +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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