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도약 종목에서도 ‘pit’라는 말을 쓴다. 경기자가 착지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멀리뛰기, 삼단뛰기에서 모래판을, 높이뛰기·장대 높이뛰기에서는 매트를 피트라고 말한다. 육상 경기장 구조를 보면 본부석 반대쪽 트랙 바깥쪽에 멀리뛰기, 삼단뛰기 경기장이 위치한다. 멀리뛰기와 삼단뛰기 장소에는 모래밭이 설치돼 있다. 선수들은 45m 이상의 주로를 질주해 발구름판을 내딛고 모래판으로 떨어진다. 높이뛰기 장소는 본부석 결승점 쪽의 반원에 매트와 지주대 등이 마련돼 있다. 높이뛰기서 피트는 매트 대신 쓰는 공식 용어이기도 한다
육상에서 ‘pit’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후반 도약경기에서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판을 사용할 때부터로 추정한다. ‘pit’는 그 이전부터 엔진을 수리하는 곳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는데 아마도 육상에서 이 단어를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영국으로부터 근대 육상을 들여오면서 ‘pit’를 한자어로 ‘사장(砂場)’이라는 말로 번역해 사용했다. ‘모래 사(砂)’와 ‘마당 장(場)’를 써서 모래 마당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언론 등은 해방이후 ‘pit’를 우리말로 모래판이라고 썼다. 이 말은 ‘pit’의 일본식 한자어 ‘사장(砂場)’을 우리 말로 풀어 쓴 것이 아닐까 싶다.
공식 경기에선 멀리뛰기 선수가 도약을 끝내자마자 모래판으로 걸어서 나오면 이 기록은 무효로 처리한다. 기록이 무효가 되면 다른 시기의 기록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멀리뛰기는 한 선수가 세 번 씩 뛰어 가장 좋은 기록이 그 선수의 성적이 되므로 모래판을 밟고 나온 선수는 한 번 더 뛸 수 있는 기회를 잃는 셈이 된다.
요즘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는 모래판과 철봉대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을 대폭 줄이면서 일어난 일이다. 1970년대까지 중고등학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체력검사를 받아야 했을 때는 모든 학교에 모래판과 철봉대가 있었다. 시대적 상황이 변해서 생긴 일이라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건강 관리를 소홀히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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