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유리해도(어드밴티지, advantage) 볼을 던져주고(서비스, service), 누구나 실수해도(폴트,fault), 행여 실수를 해도 쉬어가는(브레이크, break), 결국은 사랑하는(러브, love) 종목이 테니스라는 것이다. 인생의 언어가 스포츠에서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운 종목으로 테니스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테니스는 사람이 중심이 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로 ‘휴머니즘’과 ‘낭만’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종목 이름 자체부터 인간 친화적인 기원을 갖는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테니스는 ‘받다(take)’라는 의미의 프랑스 고어 ‘뜨네(tenez)’에서 유래했다. ‘뜨네’는 서브하기 전에 외치는 말이었다. 테니스 발상지는 중세 프랑스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죄드폼(Jeu de Paume)’이라는 공놀이를 했었는데, 이를 테니스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죄드폼은 직역하면 ‘손바닥 놀이’라는 뜻이다. 공을 손바닥으로 쳐서 상대편에게 보내는 놀이다. 일종의 핸드볼이었으며, 성직자들은 교회나 수도원 안뜰에서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본 코너 901회 ‘왜 ‘테니스’라 말할까‘ 참조)
죄드폼을 현대 테니스로 발전시킨 것은 영국이다. 프랑스와 백년전쟁(1337~1453)을 치르면서 죄드폼이 영국으로 전해졌다. 1873년 영국군 소령이던 월터 윙필드가 죄드폼을 개량해 공놀이(playing ball)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인 ‘스페어리스틱(sphairstirke)’라는 옥외 경기를 개발했다. 이때 정해진 규칙들이 현대 테니스 규칙의 기본 틀을 이루게 됐다. 이 경기가 영국 중산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1877년 윔블던 경기장에서 첫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렸다. 테니스가 골프와 함께 고급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는 전원 생활을 갈망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키며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는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19세기 말 영국과 미국에서 산업화는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대세였다. 당시 사람들의 삶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적인 그림 ‘풀밭위의 식사’는 야외 풀밭 위에서 일상적인 한때를 보내는 젊은이들을 그렸다. 마네 등 인상주의 화가들은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야외로 나가 부지런히 전원 풍경을 그림에 담았다. 이는 전원에 살기를 원하는 욕망을 화폭에 그린 것이다. 산업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며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자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사는 것을 꿈꾸었다.
테니스의 원래 명칭은 ‘잔디 테니스(lawn tennis)’였다. 영국에선 테니스를 아직도 공식적으로 ‘lawn tennis’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브리태니카 사전에 따르면 현대 테니스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 런던 ‘ALL England Croquet Club’는 1877년 잔디밭 경기장을 따로 마련해 윔블던에서 경기를 갖게됐다. 이것이 윔블던의 출발이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클럽은 이름을 ‘All England Croquet and Lawn Tennis Club’으로 변경했다.
예전에는 프랑스 오픈을 제외한 모든 메이저 대회가 잔디에서 치러졌다. 1881년 처음 열린 US오픈은 1974년 대회까지 잔디에서 경기를 가졌다. 1975년 클레이 코트에서 처음 경기를 했다가 1978년 대회부터 하드 코트로 바꾸었다. 호주오픈은 1905년 토너먼트가 창설된 후 1988년 하드코트로 전환할 때까지 잔디에서 경기를 했다. (본 코너 911회 ‘윔블던은 왜 ‘잔디’에서 경기를 할까‘ 참조)
프랑스 사회학자 삐에프 부르디외는 그의 대표작 ‘구별짓기’에서 유럽의 문화귀족들은 골프, 테니스 등을 즐기며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귀족스포츠와 일반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을 구별하며 문화적 정통성을 독점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1970-80년대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 사회에서도 테니스, 골프를 선호하는 신중산층이 많이 배출되면서 스포츠문화에서 계층화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100회 연재로 테니스 용어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보면서 말이 인간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새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은 인간이 만들어내지만 말의 힘은 인간의 생각을 구조화시키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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