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준은 최근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KIA 시절의 부진을 두고 "환경에 졌다", "가만히 내 야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라며 전 소속팀과 코칭스태프를 향한 아쉬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독하게 준비해 스스로를 증명해 낸 선수의 오기와 성취감은 이해하지만, 말 한마디로 지난 10년의 세월을 전적으로 '남 탓'으로 돌린 화법은 진정한 일류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중국 초한지의 영웅 한신은 젊은 시절 동네 건달의 바지랑대 밑을 기어가는 치욕, 이른바 '과하지욕(胯下之辱)'을 견뎌냈다. 훗날 초왕의 자리에 오른 한신은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던 그 건달을 찾아내 보복하는 대신, 오히려 관리로 등용하며 포용했다. 과거의 시련과 모욕을 자신을 성장시킨 밑거름으로 승화시킨 승자의 여유이자 대인의 품격이었다.
선수가 부진할 때도 어떻게든 터뜨리기 위해 기회를 제공하고 1군 자리를 비워두며 응원했던 것은 친정팀 구단과 팬들이었다. 과거의 시스템이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았을지언정, 그 오랜 기다림의 시간 전체를 '나를 억압한 환경'으로 치부해 버린 것은 전 구단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만약 최원준이 "그때의 시행착오와 팬들의 끈질긴 기다림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내가 있다"며 과거를 품어 안았다면, 그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완벽한 스타로 대접받았을 것이다.
진정한 복수와 증명은 칼날 같은 인터뷰가 아니라 타석 위에서의 성적으로 완성되는 법이다. 맹활약에 도취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는 아쉽다. 진짜 일류 선수의 위대함은 벼랑 끝에서 자신을 키워준 둥지를 원망하지 않는 법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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