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40] 핸드볼에서 왜 ‘피벗’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7-02 05:23
핸드볼에서 '피벗'은 최전방 공격수를 의미한다. 사진은 한일전 모습.
핸드볼에서 '피벗'은 최전방 공격수를 의미한다. 사진은 한일전 모습.
핸드볼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피벗(Pivot)’이라고 말한다. 공격수 맨 앞에서 상대 수비 사이를 헤집으며 위치를 잡고 플레이를 만드는 선수라는 뜻에서 이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 피벗은 원래 한 발을 축으로 해 방향을 바꾸는 행동을 의미한다. 빠른 공수전환이 이뤄지는 핸드볼에서 피벗을 가장 많이 하는 포지션이라는 뜻에서 농구 용어를 포지션으로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래 영어 ‘Pivot’은 핀 또는 받침 점을 의미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정확한 어원의 기원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빗의 날(Tooth of Comb)이라는 의미인 프랑스어 ‘Pue’나 점(Point)의 의미인 스페인어 ‘Pu’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용어사전 위키너리는 피벗이 12세기 프랑스어 ‘Pivot’에 기원을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언어학자는 단검(短劍)을 의미하는 라틴어 ‘Pugio’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피벗의 어원을 말한다. 파이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Piva’도 피벗과 상관 관계가 높은 말이라는 설도 있다.

18세기 중반까지 영어 피벗은 일의 중심으로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많이 활용됐다. 이후 군사학, 언어학, 스포츠, 수학 등에서 중요한 의미라는 뜻으로 쓰였다. 오늘날 동사로서 피벗은 특정한 행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석에서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선회하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로 쓰인다. 농구 용어로 쓰인 것은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가 농구를 창안하면서부터 였다고 한다. 1890년대 후반부터 농구 선수들이 한 발을 바닥에 짚고 다른 한 발은 움직이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본 코너 434회 ‘왜 피벗(Pivot)’이라고 말할까‘ 참조)

미국 야구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피벗은 2루수가 볼을 잡고 2루 베이스를 밟고 1루수에게 던지는 동작을 의미하고, 피벗 맨은 2루수를 뜻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피벗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썼다. 조선일보 1926년 1월13일자 ‘고국방문(故國訪問)을마치고 농구망언(籠球妄言)’기사는 독립운동자로 체육인, 사회학자, 사학자로 활약한 이상백 박사(1904-1966)가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농구선수로 활동하던 중 썼는데 ‘파이벗’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 공전의 대히트를 친 뒤 2010년 SK 핸드볼 광고는 영화배우 김정은과 실제 모델 임오경이 함께 출연해 ‘피벗플레이를 위치선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광고에서 “자 우리 선수 버스를 탔습니다. 어 빈자리가 없나요. 이럴때 워치 선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아 위치선정이요? 네 핸드볼에선 이런걸 피벗플레이라고 하죠. 아 앞자리가 낫네요. 성공이에요. 역시 노련합니다. 핸드볼도 인생도 알고보면 재밌어요. 행복을 응원합니다. OK! SK”라며 두 사람이 주고받는 내용을 전했다.

핸드볼에서 피벗이 중요한 이유는 코트 중앙에서 상대 수비벽을 뚫어 공간을 확보하여 공격 기회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벗이 제 역할을 잘 하면 득점 기회를 많이 갖고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다.
피벗이라는 말은 비단 스포츠 뿐 아니라 국가나 기업 경영에서도 중요한 단어로 많이 쓰인다. 국가 정책을 전환한다든지, 기업 경영전략을 바꾸거나 할 때 피벗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피벗의 태생적 어원처럼 머리를 빗어 넘기기 위해 확실한 빗질을 해야하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TOP

pc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