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71] 펜싱에서 왜 준비자세를 ‘앙가르드’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8-06 07:38
펜싱 경기는 준비자세를 뜻하는 프랑스어 '앙가르드'라는 심판 선언으로 시작한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한국 남자팀 경기 모습. [파리=연합뉴스]
펜싱 경기는 준비자세를 뜻하는 프랑스어 '앙가르드'라는 심판 선언으로 시작한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한국 남자팀 경기 모습. [파리=연합뉴스]
펜싱에서 경기 시작전 심판이 양 선수에게 ‘앙가르드’라고 말한다. 이 말은 싸울 자세를 준비하라는 프랑스어이다. 심판은 경기를 처음 시작할 때, ‘Engarde! Préts! Allez! ('경계! 준비! 시작!')이라고 선언한다. 앙가르드라는 말은 펜싱에서 쓰는 국제 용어이다. 자신을 방어하다, 싸우다, 이익을 보호하다는 뜻이며 영어로는 ‘On guard’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프랑스는 펜싱 종주국이다. 펜싱(Fencing)은 종목 자체 이름은 영어로 돼 있지만 경기 용어는 프랑스어를 대부분 사용한다. 태권도에서 한국어,유도에서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 펜싱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17세기 말과 18세기 초 프랑스의 펜싱 학교에서 유래했다. 그 이전에는 펜싱 용어가 이탈리아어로 돼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 검사들이 프랑스에 펜싱을 전수하면서 프랑스는 본격적인 펜싱 종주국의 토대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펜싱은 17세기에 규칙과 용어가 체계화되고 교육 시스템이 생기면서 스포츠로 발전했다. 펜싱은 18세기 무렵부터 유럽 귀족계급의 교양으로 꼽혔다. (본 코너 1151회 ‘펜싱 경기 용어는 왜 프랑스어를 사용할까’ 참조)
프랑스는 1066년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해 노르만 왕조 시대를 연 뒤부터 유럽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프랑스의 기사도는 유럽을 상징하는 규범과 행동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인해 군사용어에서 프랑스어가 일반화됐다. 전쟁터에서도 기사도 규범을 존중하며 전투 시작 시 상대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앙가르드’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고 한다. 프랑스를 비롯 영국 등이 세계 각지역에 제국주의적 침략정책으로 식민지 국가를 만들면서 군사용어로 이 말이 많이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앙가르드는 군사용어로 시작됐지만 펜싱이 스포츠로 정착하면서 경기 용어로 정착했다. 앙가르드라는 말 속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펜싱의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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