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배구 명장 유중탁 명지대 감독(65)이 지난 8월31일부로 정년 퇴임을 하고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선수로, 지도자로 반세기를 달려온 그의 삶은 곧 한국 배구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유중탁 감독은 고교 시절부터 배구계의 이목을 끌었다. 1978년 대신고 3학년이던 그는 일찌감치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 무대를 밟았다. 당시 한국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대표팀 동메달 이후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던 시기였다. 고교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단 그는 강한 블로킹과 집중력으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었고, 이는 한국 배구의 차세대 센터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는 강한 블로킹과 집중력으로 대표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한국 배구의 차세대 센터 탄생을 알렸던 것이다.
선수 은퇴 후 그는 곧장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남자 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국제 대회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01~2003년 현대캐피탈 코치로 활약하며 프로 무대의 첨단 훈련 방식과 전술을 익혔다. 이 시기 그는 단순한 기술 지도가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살려내는 맞춤형 지도를 시도,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다져갔다.
2000년대 초반, 명지대 사령탑에 오른 그는 대학 배구의 심장 같은 존재가 되었다. 훈련장에서 그는 늘 기본기를 강조했고, 동시에 선수들의 인성과 태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배구는 사람이 하는 경기다. 사람이 바르면 배구도 바르다”는 그의 철학은 제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수많은 명지대 출신들이 프로 무대에 진출했고, 일부는 지도자의 길을 밟으며 한국 배구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 제자는 “감독님은 기술보다 먼저 사람을 가르쳤다. 배구보다 인생에서 오래 가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회고했다. 2025년 6월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대학감독으로 재임하면서 대회 때는 서로 경쟁자였던 후배 지도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대학 배구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 이재운 한국대학배구연맹 실무 부회장은 “지도력 뿐 아니라 평소 행동에서도 후배 감독들에게 좋은 귀감이 된 지도자였다”며 “그동안 대학배구에 기여할 점을 높이 평가하며 성공적으로 정년을 맞은 것을 대학 배구인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그동안 살면서 배구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선수 시절, 국제대회나 국내 대회에서 경기를 하면 배구팬들이 사랑해주셨고, 정말 아껴주었다.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배구를 아끼고 좋아하신 명지대 유병진 총장님 배려로 2015년 실기교수를 겸하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지도자로서 복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정년 퇴임 소감을 밝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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