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저스타디움 마운드 위, 그 익숙한 왼손잡이 실루엣이 마지막으로 서는 순간. 18년 동안 한 팀, 한 유니폼, 오직 한 길만 걸어온 사내가 '끝'을 준비한다. 클레이튼 커쇼(37), 드디어 은퇴를 선언했다.
커쇼의 커리어는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3회 사이영, 2014년 MVP, 11번의 올스타, 통산 2.54 ERA, 그리고 지난 7월 찍은 통산 3000탈삼진. 하지만 그의 이름이 불멸로 남는 이유는 단순히 기록 때문이 아니다. 커쇼는 다저스 야구의 상징이었고, 로스앤젤레스의 영혼이었으며, 한 세대를 대표하는 '완벽에 가까운 투수'였다.
커쇼는 언제나 '마지막' 같은 투수였다. 2010년대 다저스를 상징한 것은 화려한 타선도, 스타들의 집합도 아니었다. 바로 매 5일마다 돌아오는 커쇼 데이였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명투수들이 다저스를 거쳐갔지만, 커쇼만큼 '팀=선수'로 각인된 이는 없다.
그리고 이제, 진짜 마지막 날이 왔다. 2025년 9월 20일, 다저스타디움, 상대는 또 다른 전통의 숙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엔딩이 있을까. 천적을 상대로, 홈구장에서, 수만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커쇼는 자신의 마지막 레귤러시즌 선발을 소화한다.
다저스 내이션에 따르면 다저스 구단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커리어는 전설적이며, 우리는 그가 반드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다저스 팬들에게는, 야구팬들에게는, 이미 커쇼는 불멸이다. 헌액 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살아있는 청춘의 기억, 투구폼 하나로 세상을 멈추게 했던 존재였다.
커쇼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그의 투구, 그가 남긴 순간들, 그 완벽에 가까운 곡선은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 숨 쉴 것이다.
'끝내는 자, 그러나 영원히 남는 자.' 클레이튼 커쇼, 이제 안녕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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