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가을야구는 다른 무대였다. 29일 한화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2점 차 리드 순간에서 LG는 고우석의 부재를 절실하게 실감했다.
유영찬은 분명 재능 있는 투수다. 올해 팀 마무리를 맡아 세이브 수를 쌓고, 박진감 넘치는 직구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가을은 결과로 말하는 무대, 실험과 가능성이 아닌 확신의 자리다. 그가 가진 구위는 충분하지만, '마지막을 책임진 경험'은 고우석과 비교할 수 없었다. 가을은 결국 '심장'으로 던지는 시간. 고우석이 LG에서 무엇이었나. 아무리 흔들려도 감독은 마지막에 그를 올렸다. 경기는 그 순간 고우석의 손에서 끝났다. 빠른 공만이 아니라,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표정, 투구 하나에 실린 템포와 박자, 볼넷을 주고도 다시 승부를 걸어 들어가는 뚝심. 그건 단순 능력이 아니라 마무리라는 포지션의 무게를 견디는 힘이었다. 유영찬은 지금 그 과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배움의 과정은 포스트시즌에서 기다려주지 않는다.
유영찬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그는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시즌 내내 잘했다. 문제는 그가 아직 마무리의 시간을 버틴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 시간이 해결한다. 하지만 우승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LG는 다시 '진짜 마무리'가 필요하다. 유영찬은 성장해야 하고, LG는 다시 마무리 체계를 세워야 한다. 비록 빅리그 데뷔는 하지 못했지만 고우석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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