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는 김서현을 마무리로 선택했다. 마무리는 경기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만큼의 무게를 받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정작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 한화는 분석도, 교정도, 재설계도 없었다. 대신 반복된 말은 단순했다. 서현이는 아직 어리다. 시간이 해결한다.
시간은 해결책이 아니다. 야구는 원인을 파악하고 구조를 고치고 반복 훈련으로 완성하는 경기다. 한화는 김서현을 보호하는 척했지만 실은 기술적 문제를 외면했다. 감싸기만 하니 포스트시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대표팀 주장 박해민도 "이미 지나간 일이다. 앞을 보고 가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이 반복되면 그것은 시스템의 실패다. 왜 무너졌는지, 어느 지점에서 심리와 기술의 균형이 깨졌는지, 어떤 대처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말은 없다. 그래서 결국 결과만 흘려보내고, 이유는 묻지 않는다.
지금 한국 야구는 실패를 이렇게 다룬다. 실패는 위로할 일. 비판은 피해야 할 일.
책임은 나중에 미루는 일. 기술 보완은 다음 시즌이 되면 흐려지는 일. 이 구조에서는 선수가 단단해질 수 없다.
김서현은 재능이 부족한 선수가 아니다.
재능을 다루는 방식이 잘못된 환경에 놓여 있다. 감독, 구단, 대표팀. 모두가 따뜻해 보이지만 그 온도는 성장을 막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현실 직시다. 그것은 실패를 해부하고 다시 설계하고 반복하는 과정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