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옌청 [한화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40644250880491b55a0d561182355239.jpg&nmt=19)
야구를 농구에 빗대보자. 만약 KBL에서 5명의 스타팅 멤버 중 3명이 외국인이라면 어떨까. 국내 선수는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으로 밀려난다. 관객이 보는 리그는 한국 리그가 아니라 외국인 리그에 한국 선수가 끼어 있는 리그로 바뀌게 된다. 지금 KBO가 가고 있는 방향이 바로 그 모습이다.
물론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아시아권 투수들은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보다 몸값이 낮고, 환경 적응도 빠르다. 구단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전력 보강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국내 투수의 성장 동기와 기회는 급속히 사라진다. 어차피 외국인이 선발을 맡는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아마야구 투수들은 프로 진입의 희망 자체를 잃는다. KBO가 어렵게 이어온 토종 선발 계보가 끊길 수도 있다.
KBO는 지금 리그의 문제를 단순히 선수 숫자로만 풀려 한다. 저출산 때문에 국내 선수 풀이 줄었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정작 필요한 건 인프라 확충과 장기적 육성 시스템 개혁이다. 훈련장 하나, 2군 전용 구장 하나 늘리는 게 더 시급한 일이다.
아시아쿼터제는 리그의 다양화를 위한 제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프라와 철학 없이 외국인 의존만 늘어난다면, 10년 뒤 KBO는 한국 프로야구라는 이름만 남은 리그가 될지도 모른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야구가 스스로의 뿌리를 버리고 있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양준혁이 경고했던 그 말, "국내야구가 완전히 죽어버린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