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선수를 관통하는 가장 큰 연결고리는 김경문 감독이다. 김경문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당시 20세에 불과했던 김서현을 팀의 핵심 필승조이자 마무리로 중용했다. 김 감독은 김서현이 흔들릴 때마다 "선수는 아픔을 겪어야 강해진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이는 18년 전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김 감독은 당시 21세였던 국가대표 막내 한기주를 대표팀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한기주가 경기마다 실점하며 온 국민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을 때도 끝까지 믿음을 보냈다. 김 감독에게 김서현은 18년 전 가슴에 묻었던 한기주의 아픈 손가락과 다름없는 존재다.
두 선수는 압도적인 구속을 자랑하는 우완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메커니즘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기주는 185cm의 단단한 체구에서 나오는 정석적인 오버핸드 투구폼을 가졌다.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내리꽂는 최고 시속 158km의 직구는 회전수가 높아 타자들이 알고도 배트가 밀리는 명품 돌직구였다. 김서현은 팔 각도가 수시로 변하는 역동적인 스리쿼터 폼을 구사한다. 그의 공은 깨끗하게 뻗기보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심하게 휘는 테일링 성향이 강하다. 이 지저분한 무브먼트가 제구가 잡히지 않을 때는 독이 되어 날림 현상과 사사구 남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화의 정우람 2군 투수 코치는 급격한 투구폼 수정보다는 멘탈 회복과 기본 밸런스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 역시 최근에는 "스트라이크는 던져야 하지 않겠냐"며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고,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1군 복귀는 없다고 선언했다. 한기주는 부상 잔혹사 속에서도 올림픽 금메달과 타이거즈의 뒷문을 지켰던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2군 마운드에서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김서현이 과연 지금의 혹독한 슬럼프를 극복하고 한기주와는 다른 해피엔딩의 괴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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