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2] 왜 바둑에서는 ‘꼼수’라는 말을 사용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306372701594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꼼수의 정확한 어원은 학계에서 명확하게 정설로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국어학자들은 대체로 '꼬다(속이다·꾀다)' 또는 '꾐수'에서 변화한 말로 보는 견해를 많다. ‘꾀다'의 명사형인 ’꾐‘에 방법이나 수단을 뜻하는 ’수(手)‘가 결합해 꾐수가 됐으며, 발음 변화 과정을 거쳐 꼼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말에는 발음이 편한 방향으로 소리가 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은 '꼬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일부에서는 상대를 꼬이게 만들거나 함정에 빠뜨린다는 의미의 '꼬다'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꼼수라는 말은 1970년대 기사에서부터 등장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76년 6월10일자 ‘先頭(선두)없는 白堊舘(백악관) 경주 (上(상)) 共和黨(공화당)의 집안싸움’ 기사에 ‘大馬(대마) 布石 꼼수에 몰릴 우려’라고 전했다. 여기서 '대마(大馬)'와 '포석'은 모두 바둑 용어이며, '꼼수' 역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바둑 용어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본 코너 1810회 ‘왜 바둑에서 ‘포석(布石)’이라고 부를까‘ 참조) 꼼수는 원래 바둑계에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전문 용어였을 가능성이 높다. 1976년 신문이 별다른 설명 없이 사용했다는 것은 당시 독자층이 이미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불리한 형세에 놓였을 때 정상적인 진행으로는 역전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일부러 복잡한 수순을 만들어 상대의 착각을 유도한다. 상대가 한 번만 실수하면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 이런 수를 두고 바둑인들은 "꼼수를 썼다"고 표현한다.
흥미로운 점은 꼼수가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때로 꼼수도 중요한 무기가 된다. 특히 열세에 몰린 기사에게는 마지막 승부수 역할을 한다.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능력 역시 실력의 일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국 바둑계에서 꼼수라는 표현이 정착한 배경에는 바둑의 본질이 자리하고 있다. 바둑은 단순히 좋은 수를 찾는 게임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읽고 오류를 유발하는 심리전의 성격도 강하다. 수읽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은 실수를 한다. 따라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수법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전략으로 인정받아 왔다.
반면 일본에서는 '트릭 플레이(Trick Play)'나 '함정수'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고, 중국에서도 '기습수'나 '유혹수'의 의미를 담은 용어가 쓰인다. 한국의 '꼼수'는 이보다 더 생활적이고 인간적인 뉘앙스를 지닌다. 어딘가 얄밉지만 영리하고, 정석은 아니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수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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