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출신의 좌완 투수 왕옌청은 2026시즌 KBO리그에 도입된 아시아 쿼터 제도를 통해 연봉 10만 달러의 조건으로 한화 이글스에 전격 합류했다.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2군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다졌던 그는, KBO 데뷔 첫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든든히 지키며 평균자책점 3.43과 10승 4패를 기록하는 등 센세이셔널한 활약으로 아시아 쿼터 출신 최초의 10승 고지를 밟는 대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런 왕옌청과 한화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상생의 청사진은 왕옌청이 메릴 켈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 켈리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4년 뛴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성공을 거둔 길을 간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왕옌청은 달리 생각할 수 있다. 아시아쿼터가 아닌 정식 외국인 쿼터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첫해부터 리그를 폭격하며 10승 고지를 밟은 선수의 활약상에 비해 아시아 쿼터 제도라는 틀이 강제하는 연봉 상한선은 극심한 괴리를 낳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 최대 30만 달러 안팎으로 예상되는 연봉 수준은 타 팀의 주전급 선수나 정식 외국인 투수들이 누리는 규모와 비교할 때 박탈감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구단은 가성비라는 달콤한 이점에 취해 선수를 붙잡아두려 하지만, 선수의 커리어 가치와 시장 기대치는 이미 제도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버린 상태다.
여기에 복잡한 보류권이라는 제도적 장벽이 자칫 선수의 선택지를 극단으로 내몰 위험을 품게 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낭만적인 윈윈 서사는 한순간에 파열음을 내며 무너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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