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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78] 장기에서 왜 ‘사(士)’라고 부를까

2026-08-18 07:06:22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78] 장기에서 왜 ‘사(士)’라고 부를까
장기에서 ‘사(士)’는 ‘한(漢)’이나 ‘초(楚)’라는 두 왕을 지키는 전사 역할을 한다. (본 코너 1873회 ‘왜 장기에서는 ‘한(漢)’이라고 부를까‘, 1874회 ’장기에서 왜 ‘초(楚)’라고 부를까‘ 참조) ’士(사)‘는 아주 오래된 한자로, 갑골문까지 올라간다. 다만 글자 모양이 정확히 무엇을 본뜬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전통적인 자전에서는 士를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 선비, 벼슬아치‘ 등의 뜻으로 설명한다. 고대 중국의 사회 계층에서 士는 일정한 능력과 교양을 갖추고 국가의 일을 담당하는 계층을 가리킨다.

士는 선비·지식인에서 관리·신하를 거처 무사·전사등 여러 의미로 확장됐다. 장기의 사는 궁 안에서 장(將)을 보좌하고 지키는 말이다. 따라서 여기서 士를 단순히 ‘전사’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왕을 보좌하는 신하 또는 궁을 지키는 관료·무사 계층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국 장기의 ‘士(shi)’도 같은 글자를 사용한다. 중국 장기에서는 장(將/帥)의 바로 옆에서 궁을 지키는 두 말을 士라고 부른다. (본 코너 1871회 ‘왜 '장기(將棋)'라고 말할까’ 참조)

장기는 단순히 전투 장면만을 축소해 놓은 놀이가 아니다. 궁을 중심으로 한 국가의 구조를 바둑판 위에 표현하고, 각 말에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한다. 장수가 군대를 지휘하고, 차와 포가 전투를 담당하며, 졸과 병이 최전선에서 싸운다. 그 가운데 사는 궁 안에 머물면서 장수를 보좌하고 궁을 방어한다. (본 코너 1875회 ‘장기에서 왜 ‘차(車)’라고 부를까‘, 1876회 ’장기에서 왜 ‘마(馬)’라고 부를까‘, 1877회 ’장기에서 왜 ‘상(象)’이라고 말할까‘ 참조)
흥미로운 것은 사의 움직임이다. 사는 궁 안에서 대각선으로 한 칸씩만 움직인다. 활동 범위가 매우 좁다. 얼핏 보면 약하고 답답한 말처럼 보이지만, 그 제한 자체가 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사는 전쟁터를 휘젓는 장수가 아니라 궁을 지키는 신하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의 말 이름이 역사 속 실제 군제나 관직을 정확하게 재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장기는 오랜 세월 중국의 상류층 문화와 군사적 상징, 궁정 질서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놀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라는 이름 역시 하나의 상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장기의 사를 오늘날의 말로 바꿔 부른다면 무엇이 가장 가까울까. ‘경호원’이라고 하면 역할은 비슷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사라진다. ‘신하’라고 하면 궁을 지키는 위치가 잘 드러난다. ‘참모’라고 하면 보좌한다는 의미는 살아나지만, 사의 제한된 움직임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국 사는 궁을 지키는 신하이자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인재라는 상징으로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장기판에서 초보자는 사를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장기를 조금 두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사 하나가 빠지는 순간 궁의 방어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사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인지도 모른다. 가장 화려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반드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아니다. 어떤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전체를 보호하는 사람도 있다. 장기를 두며 사를 움직일 때마다 오래된 동아시아 사회가 그려 놓은 하나의 질서를 함께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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