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76] 장기에서 왜 ‘마(馬)’라고 부를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1609272107299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한자 馬는 원래부터 ‘말’을 나타내는 글자였다. 갑골문에서는 말의 머리·갈기·몸·다리 등을 본뜬 상형문자로 나타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馬 형태로 발전했다. 즉 글자 자체가 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말은 오랫동안 인간에게 중요한 이동수단이자 전쟁의 핵심 수단이었다. 특히 전쟁에서 기병은 빠르게 움직이며 적의 허를 찌르고,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하는 역할을 했다. 말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기동성이었던 것이다. 한자 馬가 장기의 기물 이름으로 들어간 것도 이런 군사적 이미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말이 가진 기동성과 장기에서 마가 보여주는 움직임 사이에도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이런 움직임은 체스의 나이트와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장기의 마는 단순한 ‘나이트’가 아니다. 장기에서는 마와 상의 위치가 포진의 핵심이 될 만큼 중요한 기물이다. 실제 장기에서는 귀마, 원앙마 등 마의 배치를 이용한 다양한 포진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장기에서 “마가 좋다”는 말은 단순히 말 한 마리의 가치가 높다는 뜻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동력 있는 기물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에 가깝다. 장기 관련 칼럼에서도 차 다음으로 중요한 기물로 마를 평가하면서, 마는 위치 선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장기에서 “마”라고 부르는 것은 꽤 오래된 동아시아의 전쟁과 군사 문화가 놀이판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기판에는 장군이 있고, 전차가 있고, 대포가 있고, 보병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빠르게 누비는 기병, 바로 ‘마’가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마 하나 띄워”라고 말할 때, 사실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쟁의 풍경을 한 글자로 부르고 있는 셈이다. (본 코너 1875회 ‘장기에서 왜 ‘차(車)’라고 부를까‘ 참조)
장기의 매력은 바로 이런 데 있는지도 모른다. 네모난 판 위에서 알 몇 개를 움직이는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지만, 그 작은 글자 하나하나에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전쟁의 모습과 전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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