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0] 바둑에서 왜 ‘자충수(自充手)’라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106192908000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자충수의 어원은 한자어에서 비롯됐다.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스스로 자(自)’, 채우다는 의미인 ‘채울 충(充)’, 그리고 바둑의 수를 의미하는 ‘손 수(手)’가 합해진 말이다. 직역하면 ‘스스로 메우는 수’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는 '자충수'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것만으로 조선시대에 그런 개념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자충수'라는 표현은 비교적 후대에 정착한 바둑 용어일 가능성이 높다. 자충수는 일본어에서 차용된 일본식 한자어라기보다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통용 가능한 한자 조어이다. 다만 현재 확인되는 사용 양상으로 볼 때 한국 바둑계에서는 근대 일본 바둑의 영향을 통해 수용·정착된 용어로 보인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 이후 바둑 기사에서 자충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85년 1월18일자 매일경제 ‘趙治勲(조치훈) 고국서 첫승리’ 기사에서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우하변의 白이 살아 바둑이 길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적어도 1980년대 중반에는 자충수가 바둑계와 언론에서 통용되는 용어였음을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점은 당시 기사에서 자충수에 별도의 설명이 붙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기자와 독자들이 이미 그 뜻을 알고 있다고 전제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실제 사용 시기는 기사 작성 시점보다 더 앞설 가능성이 높다. 보통 전문용어가 신문 기사에 설명 없이 등장하려면 해당 분야에서는 이미 수년 이상 정착된 경우가 많다.
우리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에서는 상대를 견제하려다가 자신의 신뢰를 잃는 경우가 있다. 정치에서는 당장의 지지율을 얻기 위한 발언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판을 불러오기도 한다. 기업도 단기 이익을 위해 고객 신뢰를 희생했다가 결국 시장에서 외면받는 사례를 종종 보여준다. 모두가 일종의 자충수다.
현대 한국어에서 자충수는 일반 명사처럼 굳어졌다. 정치·경제 기사에서 ‘정부의 자충수’, ‘기업의 자충수’, ‘스스로 자충수를 둔 셈’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바둑 문화가 언어 속에 깊이 스며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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