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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65] 바둑에서 왜 ‘귀곡사(鬼曲四)’라 말할까

2026-08-04 21:01:59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65] 바둑에서 왜 ‘귀곡사(鬼曲四)’라 말할까
바둑 용어 ‘귀곡사’는 의미 해석이 없이 말 자체만 보면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이 말을 처음 듣는 이들은 마치 귀신이 나오는 장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한자어로 ‘귀신 귀(鬼)’, ‘골짜기 곡(谷)’, ‘넉 사(四)’자를 쓴다. 단어 어원은 '귀(모서리)에서 생기는 곡사궁(曲四宮) 형태'에서 비롯됐다.

중국어로는 ‘角曲四(자오취쓰)’ 또는 ‘角上曲四’와 같은 표현을 쓰며, 일본에서는 ‘隅の曲四(스미노 곡사)’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이를 줄여 귀곡사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됐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에서 귀곡사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1920~1999년 주요 신문 아카이브에서 귀곡사가 한 건도 검색되지 않는 것이다. 신문 기보 해설이나 관전기에서는 '귀의 곡사', '귀의 곡사궁', '곡사형' 등의 표현을 사용했고, 귀곡사라는 축약형은 쓰이지 않았을 수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귀곡사라는 표기가 적지 않게 보이지만, 상당수가 서로를 인용하는 2차 자료이다. 사전이나 고전 문헌에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귀곡사가 언제부터 정착했는지는 별도의 문헌 조사가 필요하다.
바둑에서 귀곡사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운명이 결정된 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겉으로는 형태가 멀쩡하다. 집도 있는 것 같고, 당장 잡힐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고수의 눈에는 이미 결론이 보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은 살아날 수 없는 형세다. 초보자는 희망을 품지만, 실력자는 그 희망이 착시임을 안다. 이것이 귀곡사의 본질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성장하는 사업이 사실은 심각한 부채를 안고 있을 수도 있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인간관계가 이미 신뢰를 잃어 회복이 어려운 상태일 수도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다. 이미 문제가 깊어졌지만 아직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 경우가 있다.

바둑의 고수는 돌의 현재 모습보다 앞으로 전개될 필연을 읽는다. 그래서 귀곡사를 알아본다. 지금 당장 살아 있는지보다 끝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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