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66] 바둑에서 왜 ‘반상(盤上)’이라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0607262105002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반상(盤上)은 오늘날 바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지만,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의 사실과 마주한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반상(盤上)은 확인되지만, 오늘날의 바둑 전문용어인 '반상'으로 쓰인 예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실록에 등장하는 반상은 대부분 한자 본래의 뜻인 '쟁반 위', '판 위'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이거나, 다른 문맥에서 사용된다. 반면 바둑을 의미하는 표현으로는 ‘기(棋)’, ‘혁기(奕棋)’, ‘위기(圍棋)’, ‘수담(手談)’ 등이 주로 나타난다. (본 코너 1801회 ‘왜 '바둑'이라 말할까’ 참조)
근대에 들어 바둑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반상'은 바둑판을 뜻하는 말로 점차 자리를 잡는다. 현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확인되는 이른 사례 가운데 하나는 1938년 1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 ‘기계기수사노옹(碁界耆宿史盧翁) 신춘벽두(新春劈頭)에등단(登壇)’이다. 이 기사에는 ‘…일병(一兵)의 교합(交合)이 없이도 벌써 신기묘운(神機妙韻)이 반상(盤上)에 서리었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여기서 '반상'은 분명히 바둑판을 의미하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바둑 용어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바둑의 매력은 승패를 다투는 경쟁 속에서도 공존의 가치를 잃지 않는 데 있다.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려야만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의 세력을 인정하며 더 넓은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욕심은 스스로를 옥죄고, 절제는 새로운 길을 연다. 한발 물러섬이 오히려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상은 경쟁보다 균형을, 속도보다 깊이를 가르친다.
인생 또한 그렇다. 계획은 예상 밖의 변수 앞에서 흔들리고, 우세하던 국면은 한순간에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바둑은 지나간 수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한다. 후회는 다음 수를 흐리게 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놓인 돌이 아니라, 지금부터 놓아야 할 한 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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