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사실 100만 달러라는 가치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도 타지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신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국 리그에서 전혀 검증이 안 된 선수에서 우리나라 가치로 10억 이상의 투자를 한다는 것은 보통 결심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에서 ‘거액의 장기계약’이 이루어지는 등 FA시장이 다소 과열되었다는 사실은 100만 달러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보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해외에서의 성공? ‘결론은 얼마나 야구에 절박하느냐’의 여부!
재미있는 것은 포스팅 금액은 해당 선수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숫자’였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포스팅 금액 2,600만 달러를 기록한 이가와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조용히’ 자국 무대로 돌아왔고, 보스턴이 포스팅 금액으로 5,111만 달러를 배팅한 마쓰자까도 미국 진출 초반을 제외하면, 해당 금액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몸값에 비례한 활약을 펼친 이는 이치로와 다르빗슈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타지에서의 성공 여부는 ‘자신의 타고난 재능에 의지하지 않고, 얼마나 절박하게 야구에 매달리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국내무대에서 최고였다는 자존심(혹은 자부심)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즉,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엽(삼성)이 일본 진출 첫 해 부진에 빠지자 선동열 전 감독이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가슴에 있는 태극기를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라고 조언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고교 졸업 이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다시 돌아온 선수들로부터도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김광현에게 최고 입찰액을 제시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10년 전, 주니치 드래건스 소속이었던 오쓰카 아키노리에게 포스팅 금액으로 30만 달러를 배팅한 바 있다. 낮은 포스팅 금액만큼 기대 요소도 크게 없다고 여겨졌지만, 그는 미국 진출 첫 해에 무려 73경기에 등판하여 7승 2패 2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했다. 그리고 2007년,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 경력을 마칠 때까지 총 4시즌 동안 236경기에 출장, 13승 15패 39세이브 74홀드,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팬들도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나선 그의 투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선수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을 뿐’임을 재확인하게 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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