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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94] 왜 '스쿼시'라고 말할까

2026-09-03 07:05:29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스쿼시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스쿼시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늘날 ‘스쿼시’는 낯설지 않은 스포츠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고, 국내에도 적지 않은 동호인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처음부터 스쿼시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은 아니다. 이 종목이 언제 한국에 소개됐고, 우리 언론은 언제부터 ‘스쿼시’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흥미로운 단서는 1960년대 신문에서 발견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확인되는 1962년 8월 13일자 조선일보 기사에는 스쿼시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기사 제목은 ‘「라켈」의 女王(여왕) 「바너」孃(양)’. 미국의 여성 스포츠 스타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당시 신문은 “「배트민튼」「스쿼시」(미국에서 성행) 등 3개 경기에 모두 「참피온」을 얻은 미국 제1의 선수”라고 소개했다.

당시 표기는 지금과 사뭇 다르다. ‘배드민턴’은 ‘배트민튼’, ‘챔피언’은 ‘참피온’으로 표기했고, 스쿼시는 지금과 같은 스쿼시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표현은 괄호 속의 ‘미국에서 성행’이라는 설명이다.
이 짧은 표현은 당시 한국에서 스쿼시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신문 독자들에게 스쿼시는 아직 익숙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자는 종목명을 그대로 적은 뒤 ‘미국에서 성행’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날이라면 별도의 설명 없이 ‘스쿼시 선수’라고 해도 이해할 수 있지만, 1962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이 기사는 스쿼시를 독립적인 종목 기사에서 다룬 것이 아니다. 배드민턴 선수의 경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가 스쿼시에서도 챔피언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즉 스쿼시는 당시 한국 언론에 미국 등 서구권에서 즐기는 여러 라켓 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이 대목은 스쿼시의 국내 유입 경로를 생각하게 한다. 스쿼시는 19세기 영국에서 라켓츠의 변형으로 발전했지만, 20세기에 들어 미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한국 언론이 1962년 스쿼시를 소개하면서 굳이 ‘미국에서 성행’한다고 설명한 것은 당시 한국 독자들에게 이 스포츠의 지리적 배경을 알려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쿼시가 아시안게임에 처음 등장한 대회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이다. 당시 스쿼시는 럭비, 당구·스누커와 함께 새롭게 추가된 종목이었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말레이시아·파키스탄·홍콩·인도 등이 강호로 자리 잡으면서 스쿼시의 아시안게임 역사를 이끌었다.

스쿼시(squash)라는 영어 단어는 본래 동사형으로 ‘짓누르다’, ‘눌러 으깨다’, ‘찌그러뜨리다’라는 뜻이다. 스포츠 종목의 이름으로 쓰기에는 다소 거칠고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스쿼시 코트에서 공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을 보면 이 이름만큼 직관적인 것도 없다.
스쿼시의 탄생은 단순한 스포츠 규칙의 발명이 아니었다. 기존 스포츠의 ‘축소판’이 새로운 종목으로 발전한 사례에 가깝다. 라켓츠가 기본적인 틀을 제공했고, 학생들은 그 틀 안에서 더 부드러운 공을 사용했다. 공의 탄성이 달라지자 경기의 속도와 전략도 달라졌다. 단순히 빠른 공을 받아치는 능력보다 벽의 반사각과 공의 속도, 상대 선수의 위치를 읽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영국의 식민지와 국제 교류를 통해 스쿼시는 빠르게 확산했고, 20세기에는 국제적인 라켓 스포츠로 성장했다. 국제대회가 활성화되면서 코트 규격과 경기 규칙도 표준화됐다. 현재는 세계선수권과 프로투어를 통해 남녀 선수들이 경쟁하는 국제 스포츠가 됐다.

아시아에서도 스쿼시는 독특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특히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 등에서는 오랫동안 강한 선수층이 형성됐다. 스쿼시가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종목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스포츠 문화와 이후 각국의 체계적인 육성이 함께 작용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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