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팍타크로는 하나의 언어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세팍(Sepak)’은 말레이어로 ‘차다’를 뜻하고, ‘타크로(Takraw)’는 태국어로 등나무를 엮어 만든 공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공을 차는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팍타크로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88년 3월26일자 ‘말聯(연)발배구 敎室(교실)개설’ 기사는 ‘한국사회체육센터는 1개월과정의 세팍타크로 운동교실을 4월1일부터 개설하고 회원을 모집한다. 세팍타크로(Sepaktakra-w)는 원래 말레이시아의 민속놀이로 현재 동남아에서 성행하는 발배구의 일종’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기록은 세팍타크로가 우리나라에 단순한 해외 민속놀이가 아니라직접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종목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88년 당시 이미 운동교실이 개설되고 회원을 모집했다는 사실은 국내에서 세팍타크로가 스포츠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던 것이다.
세팍타크로와 비슷한 공놀이는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에서는 ‘세팍 라가(Sepak Raga)’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태국에서는 ‘타크로’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필리핀에서는 ‘시파(Sipa)’, 미얀마에서는 ‘친롱(Chinlone)’ 등 지역마다 서로 다른 명칭과 경기 방식이 존재했다.
즉, 세팍타크로는 어느 한 나라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스포츠라기보다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적인 공놀이 문화가 현대적인 경기로 발전한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던 이 스포츠가 어떻게 세팍타크로라는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됐을까.
결국 어느 한쪽의 이름만 선택하지 않고 두 이름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세팍타크로다.
이름만 놓고 보면 단순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의미 있는 선택이 담겨 있다. 말레이어와 태국어가 하나의 스포츠 이름 안에서 만난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국가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모두 남겨두면서 하나의 국제 스포츠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래서 세팍타크로의 어원을 살펴보는 일은 단순히 단어의 뜻을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스포츠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팍타크로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스포츠가 됐다. 국제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그 경기의 이름에는 서로 다른 문화가 함께 존재한다. 어쩌면 이것이 세팍타크로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매력인지도 모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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