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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93] 왜 '크리켓'이라 말할까

2026-09-02 06:44:30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크리켓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크리켓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크리켓은 야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경기 방식은 전혀 다른 스포츠이다. 국내서는 아직 낯선 종목이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에서는 축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는 국가대표 크리켓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억 명의 팬이 경기를 지켜볼 정도로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크리켓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중요한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크리켓이 아시안게임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 중국 광저우 대회다. 당시 크리켓은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메달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적절한 경기장 확보 문제 등으로 종목에서 제외됐다가 4년 만에 다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들어왔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선보인다.

크리켓이라는 이름은 한국 언론에 등장한 지 벌써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인1930년 2월 12일자 조선일보에 '크리켓'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당시 신문에 실린 '운동경기소평(運動競技小評)(五) 그 사회적 지위와 발전에 대하야'라는 글에서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국민성과 스포츠의 특성을 비교하면서 크리켓을 언급했다.
기사에는 "'크리켓'이 적당하고 경화한 것을 좋아한다는 불란사(프랑스) 사람에게..."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크리켓'이라는 명칭이 이미 1930년대 조선의 신문 지면에서 통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당시 크리켓이 단순한 경기 종목의 이름으로만 소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필자는 각 나라의 국민성과 스포츠의 성격을 연결해 설명하면서 크리켓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당시 조선 사회가 서구의 스포츠를 단순히 구경거리로만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신문과 지식인들을 통해 그 의미와 특징까지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어 ‘cricket’은 본래 귀뚜라미라는 뜻이다. 밤이면 풀숲에서 '귀뚤귀뚤' 우는 그 작은 곤충이다. 그렇다면 귀뚜라미와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포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스포츠 크리켓이 귀뚜라미에서 직접 이름을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크리켓의 어원은 명확하게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중세 프랑스어의 'criquet' 등에서 막대기나 지팡이를 뜻하는 말이 변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고대 영어 또는 네덜란드어 계통의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공통점은 초기 크리켓에서 사용하던 막대기나 도구와 관련된 표현이 오늘날의 명칭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크리켓은 중세 영국의 시골에서 공과 막대기를 이용해 즐기던 놀이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소박한 민속놀이에 가까웠지만 18세기 들어 귀족과 상류층의 후원을 받으며 규칙을 갖춘 스포츠로 성장했다.

그리고 19세기 대영제국의 팽창과 함께 바다를 건넜다. 영국인들은 인도와 호주, 남아프리카 등 식민지에 자신들의 언어와 제도, 문화를 가져갔고 크리켓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역사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영국이 전파한 크리켓은 식민지 사람들의 스포츠가 됐고, 훗날 영국을 위협하는 강국들이 등장했다. 특히 인도에서 크리켓의 인기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억 명의 시선이 한곳에 쏠릴 정도다.

지배자가 가져간 스포츠가 피지배자의 문화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새로운 중심이 되는 역설이다. 그래서 크리켓의 역사는 단순히 공과 방망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스포츠가 언어와 함께 국경을 넘고, 제국의 역사와 함께 퍼져나갔다가, 다시 현지인들의 손에서 새로운 문화로 탄생하는 과정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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