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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에게 가을과 바이올린의 의미

2015-03-17 13:45:22

▲유소연.사진
▲유소연.사진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가을은 시상(詩想)의 계절이다. 파스텔 톤 세상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일부러 짬을 내 고독을 즐기기도 한다.

봄에 웬 생뚱맞은 가을 얘기인가 하겠다. 지난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에 대해 얘기를 하려다 보니 그랬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침묵의 암살자’라 불리는 박인비(27․KB금융그룹)에 역전 우승을 거뒀다. 더구나 박인비와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주눅 들지 않았다. 7번홀에서는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한층 성숙한 멘털로 극복했다.
유소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매너 있는 선수라는 평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억척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후자의 원인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어서’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지난 1월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이었던 코츠 챔피언십 당시 그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거의 6년 만의 만남이었다. 유소연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집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의 베이스캠프가 플로리다에 있는 데 비해 정반대인 캘리포니아에 있는 게 궁금해서다.

유소연은 “한국의 가을을 좋아한다. 토랜스 지역의 가을이 한국의 가을과 닮았다. 캘리포니아의 세금이 플로리다보다 비싸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위해 난 그 비용을 기꺼이 낼 거다”고 했다. 이어 “늦가을에 한국에 가면 혼자서 한강변을 걷기도 한다”고 했다.

의외였다. 그 전에 유소연을 몇 차례 만났지만 가을 얘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본격적인 미국 투어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 실질적인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등이 유소연을 사색의 세계로 이끌었고, 그래서 가을을 친숙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유소연과 가을이 언뜻 매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6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켰던 그와 가을은 잘 어울린다. 유소연은 중학교 2학년에 진학하면서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골프에만 전념했지만 “아직도 종종 바이올린을 켠다”고 했다.
이번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을 계기로 유소연을 다시 돌아보니 음악적 재능은 그에게 스윙의 리듬감을 주었고, 가을의 사색은 그에게 한층 성숙한 멘털을 선물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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