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시드니 올림픽대회 기간에 IOC 본부 호텔에서 열린 KOC리셉션에 참석한 남북한 IOC 위원들이 건배하는 모습.왼쪽부터 이건희 IOC 위원, 장웅 북한 IOC 위원, 김운용 IOC 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1026112336075005e8e941087222111204228.jpg&nmt=19)
이 회장은 당시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김영남, 한명우 등 2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한국레슬링을 세계적인 강국으로 끌어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 관계자 등과 함께 프레스 센터를 찾았던 이 회장은 “수고 하십니다”라며 취재진들을 격려하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잠깐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공적으로 바쁜 그룹 회장이 직접 프레스 센터를 방문해 스포츠 기자들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프레스센터에서 이루어졌다. 이미 삼성그룹은 일본 소니와 경쟁을 할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이건희 회장은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개인자격으로 IOC 위원이 된 국제적인 인물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모토롤라를 제치고 IOC와 올림픽 파트너가 돼 시드니올림픽을 후원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10년전 처음 만날 때보다 몸이 많이 수척해 있었다. 1999년 미국 텍사스의 MD앤더슨 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었다. 다소 걷는 것이 불편해 보였지만 이 회장은 취재 부스를 직접 방문해 국내 취재진들에게 고마움을 표명했다. “항상 수고가 많으십니다. 삼성전자 기사를 잘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며 직접 기자의 손을 잡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이후 이 회장의 동정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나마 접할 수 있었다.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 몸이 불편한 이 회장이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TV 생중계에서 볼 수 있었다. 이 회장이 눈물을 흘린 것은 국내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로 사법 처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그동안 헌신했던 한국스포츠 발전에 역사적인 업적을 세워 감읍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회장은 스스로 스포츠를 사랑하면서 한국스포츠의 세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거인이었다. 그는 떠났지만 삭막한 황무지 상태였던 한국 스포츠를 풍요로운 땅으로 만든 기적적인 성과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부음을 접하면서 들었던 단상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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