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52. 이글스와 배성서의 지상매괴(指桑罵槐)](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1226091953084238f6b75216b21121740159.jpg&nmt=19)
오합지졸이었다. 다른 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선수 중에도 쓸만한 재목이 보이지 않았다. 테스트를 통해 받아들인 연습생 중에도 인재가 보이지 않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런 선수들을 데리고 어찌 레이스에 나서랴.
그런데도 막상 ‘뽑혀 온 선수’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 듯 했다. 전에 있던 팀에서 대부분 2진으로 지냈던 탓인지 훈련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한 놈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라도 선수들의 태도를 뜯어 고쳐야겠다.”
마음을 굳힌 배 감독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몰아 붙였다. 어차피 기존 팀의 선수들에 비해 기랑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스파르타식 훈련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는 터였지만 ‘기회’를 잡기위해 더욱 심하게 했다.
감독이 병아리를 잡으려는 매처럼 잔뜩 도사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선수들은 그날도 어기적어기적거렸다. 더욱이 두 명은 허리가 아프다며 열외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배 감독은 열외를 시켜놓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훈련이 심하니까 꾀를 부리는 게 분명했다. 다음 날 배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을 심하게 나무랐다. 그리곤 당장 나가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주전감이라도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면 버리겠다는 단호한 의지였다. 그들은 설마하면서 머뭇거렸다. 그러나 배 감독은 더 이상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짐을 싸는 수 밖에 없었다.
장훈과 강정길이 훈련장을 빠져 나가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프런트가 감독에게 찾아와 매달렸다.
“감독님, 선수도 없는데 정말 쫓아 내는 겁니까. 야단만 치고 다시 받아들이시죠. 둘 다 정신을 차린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우리 팀엔 저만한 선수도 없지 않습니까.”
모두 매달렸지만 배 감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주전감이었던 그들이 그렇게 퇴출당하자 남은 선수들은 초긴장이었다. 다음 날부턴 굳이 훈련장면을 지켜보지 않아도 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살벌했다. 하긴 조금만 눈 밖에 나도 퇴출이니 요령을 피울 수가 없었다. 유격훈련과도 같은 연습이 매일 이어졌고, 86년 레이스가 시작할 때 쯤엔 후보 선수까지 둘 수 있을 만큼 선수형편이 좋아졌다.
한편 쫓겨난 강정길과 장훈은 자신의 게으름을 후회하며 나름대로 훈련을 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감독이 다시 부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 희망대로 얼마 후 배 감독은 그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효과도 보고 그들도 변한 터여서 굳이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장훈은 게으름을 피운 게 아니었다. 대학시절 무리로 인해 허리 부상이 심했다.
강정길은 확실하게 기회를 잡았다. 주전 공격수였다. 이정훈, 이강돈, 장종훈 등과 함께 ‘다이나마이트 타선’을 이루었다. 그러나 허리가 좋지 않았던 장훈은 대타로 두 타석에 선 후 은퇴했다. 2타수 무안타 1삼진, 1병살타였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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