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은 첫 결승 무대지만 5년쯤 위인 김세연은 왕중왕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그의 운이 더 좋았지만 당당하게 쟁취한 2위가 자랑스럽다.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아버지가 그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모래 주머니를 팔에 감고 스트로크를 날렸다. 루틴을 익히기 위해 수없이 치고 또 쳤다.
2019년은 첫 번째 도약의 해. 아시아 선수권, KBF슈퍼컵, 대한체육회장배 등 4개 대회에서 이름을 알렸다. 모두 준우승이어서 아쉬웠지만 4개 대회 결승 상대가 다 스롱 피아비여서 자위했다.
스롱 피아비는 자주 만나는 사이.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되었다. 이번 대회서도 내심 스롱과 부딪쳤으면 했으나 8강전에서 김세연에게 져 만나지 못했다.
예선전에서도 겨룰 기회가 없었다. 대신 그보다 더 강한 이미래와 싸웠다. 32강 서바이벌 전 등이었다. 1-1 맞대결은 아니었지만 두 번 모두 이미래를 2위로 밀어냈다.
처음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해 말 프로 행을 선언, 2020년이 다 저문 12월31일 프로 대회에 뛰어 들었다. 첫 판 탈락이었다. 4명이 싸우는 서바이벌 경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와신상담, 큐를 갈았다. ‘이번에는’ 하면서 대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4번의 초반 탈락이 밑거름이 되었다. 5번째는 승승장구했다.
PQ라운드, 64강, 32강 서바이벌 전을 거침없이 통과했다. 세트 제는 할 만했다. 2점짜리 뱅크 샷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열심히 훈련해서 웬만한 배치는 다 자신 있었다.
16강전이 어려웠다. 빡빡한 백민주였다. 팀리그에서 경험을 많이 한 탓인지 씩씩하면서도 노련했다. 2-1로 이겼다. 8강전, 4강전은 더 쉬웠다. 최연주를 2-0, 최지민을 3-1로 제쳤다.
실전 같은 훈련을 맹렬히 한 덕분이었다. 전과는 달리 자신감도 많이 늘었다. 조금 뒤쳐져도 주눅 들지 않았다. 기회가 오면 몰아칠 수 있어서 지고 있을 때도 차분히 기다렸다.
최연주와의 8강전에선 4연타를 터뜨렸다. 더 중요한 최지민과의 4강전에선 6연타를 쏘았다.
당구 사부이면서 친구이기도 한 조명우가 옆에 있었으면 더 나았을까. 더러 그가 해 준 조언이 문득 문득 생각났다. 곧 제대하면 필살기 몇 개는 더 익혀야 할 것 같다.
2위, 만족스럽지만 만족하진 않는다. 프로는 처음이지만 아마추어에선 여러 번 했다. 한 단계, 아니 열 단계를 뛰어 넘어야 오를 수 있는 자리가 1위다.
아직 앳된 용현지. 성장통은 겪겠지만 아주 빠르게 진화할 것 같다. 그의 우승 꿈이 시작되었다. 지금 2위에서.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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