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68] 왜 ‘겨루기’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12-01 14:17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겨루기로 승부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겨루기로 승부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래 전 군대 시절, 특전사에서 복무할 때 태권도 겨루기 시범을 한 적이 있었다. 기본 동작에 이어 갖는 겨루기는 시범행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두 사람씩 편을 짜 방어와 공격 기술을 교대로 하며 실제로 상대방과 겨루는 시범을 보였다. 군인이었던만큼 패기와 절도있는 동작을 보이는게 중요했다.

태권도 시범행사나 대회에서 겨루기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기본 기술과 품새로 익힌 것을 활용하여 서로 기량을 겨루기 때문이다. 원래 겨루기는 태권도 수련 및 기술체계의 하나이다. 겨루기라는 용어는 순 우리말이다. 동사 ‘겨루다’에서 비롯된 명사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겨루다는 서로 버티어 승부를 다툰다는 말이다. 대상이 둘 이상일 때 쓸 수 있는 동사이다. 겨루기라는 말은 스포츠 밖에선 이미 그림과 글재주 행사 등에서 오래전부터 실력을 다툰다는 의미로 쓰였다. 태권도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로 경쟁을 한다는 말로 쓰이는 겨루기를 경기에서 맞붙는다는 의미로 표현했다.
겨루기라는 말을 태권도에서 언제부터 사용했는 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1961년대한태수도협회(1965년 대한태권도협회로 개칭)가 창립된 뒤 도장에서 비신체접촉행위로 이뤄지던 겨루기가 직접 타격형식으로 바뀌면서 겨루기라는 말이 공식 명칭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아카이브 검색을 해 보면 태권도에서 겨루기라는 말을 처음 보도한 기사로 가장 오래된 것은 1973년 5월5일자 엄운규 당시 대한태권도협회 사무총장이 태권도 특집기사에기고한 글이었다. 엄 사무총장은 ‘태권도는 품세, 겨루기, 격파등 3개 요소로 구성된다. 태권도는 커다란 정신적 집중을 요구하며 그럴때 거의 믿기 어려울만큼의 힘을 낸다. 태권도로 심신(心身)을 단련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널리 권한다’고 썼다.

원래 기본자세와 품새는 혼자서도 연습이 가능하다. (본 코너 567회 ‘왜 ‘품새’라고 말할까‘ 참조) 하지만 겨루기는 혼자서 연습이 불가능하다.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겨루기 종류로는 맞추어 겨루기, 스텝 겨루기, 타킷 겨루기, 자유 겨루기 등이 있다. 맞추어 겨루기는 유급자 연습과정으로 공격과 방어의 형태를 서로의 약속하에 행함으로써 중심이동 능력과 순발력 방어능력을 기른다. 스텝겨루기는 직접 타격을 피하고 상대의 공격에 대하여 스텝에 의한 몸의 이동능력과 타격방법을 모색하는 일종의 연습이다. 타킷 겨루기는 상대가 타킷을 잡고 방향을 바꿔가면서 발차기나 주먹지르기 등 다양한 공격을 섞어 공격 기회를 갖는다. 자유 겨루기는 기본기를 완전히 숙달한 후 상대방과의 공방 원리에 의해 자유자재로 기술을 펼치는 것이다.

태권도는 1963년 태권도가 전국체전 시범종목이 된데 이어 1964년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경기방식으로 운영됐다. 1973년 서울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해 첫 세계대회를 가진 뒤 태권도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각각 채택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에 포함된 태권도는 겨루기로 승패를 가리는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겨루기는 경기 규칙에 따라 상대방과 대결해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방법으로 운영됐는데 몸 보호와 효과적인 채점을 위해 전자호구가 개발되면서 주관적인 심판 판정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계량적으로 점수를 매겨 경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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