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63] 왜 태권도 유단자(有段者)는 검은 띠를 달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11-26 12:06
태권도 유단자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태권도 유단자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은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동섭 국기원장으로 태권도 명예 9단증과 태권도복을 수여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유단자(有段者)를 상징하는 검은 띠에 태권도복을 입은 채 포즈를 잡는 기념 사진을 찍었다. “명예단증을 받아 대단히 특별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그는 “태권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시기에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훌륭한 무도”라고 밝혔다.

태권도 유단자는 태권도를 배우고 일정한 기한이 지나 승단심사를 거쳐서 오를 수 있다. 5단에서 6단으로 가는데만 최소 5년이 걸린다. 8단에서 9단은 9년이 걸린다. 1단부터 9단까지 최소 38년이 걸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록 명예 단증이지만 최소 38년 걸리는 것을 한 번에 받게 된 셈이다.
유단자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무도, 바둑, 장기 등에서 단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초단 이상의 사람을 말한다. 원래 유단자에게 검은 띠를 매게 한 것은 유도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 창시자 가노지 고로(嘉納 治五郎, 1860-1938년)는 유도복 백색과 대비되는 색으로 검은색을 선택, 유단자에게 검은띠를 착용토록 했다는 것이다. 가노지는 1882년 100개 이상의 유파를 통합, 고도칸(講道館)을 창설해 일본 유도의 시작을 알렸으며 1887년부터 독자적으로 유단자제도를 시행했다.

일부에선 유단자가 검은띠를 두른 것은 흰색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더러워져 검게된데서 비롯됐다는 설도 제기한다. 하얀 유도복 색으로 단위를 표현할 수 없어 권위를 상징하는 검은띠를 포함한 여러 색을 채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태권도에서 유단자가 검은띠를 차게 된 것은 일본 유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오(中央)대학을 다니던 당시 가라테를 익힌 태권도 원로 최홍희(1918-2002년)는 1954년 당수도 수련관인 오도관을 창설한 뒤 군대 내 태권도 보급 활동을 펼치며 태권도 이름과 함께 태권도 승급 및 승단체계를 만들었다. (본 코너 562회 ‘왜 태권도를 ‘무도(武道)’라고 말할까‘ 참조)

태권도는 입문할 때 8급부터 시작한다. 체육관에서 개별적으로 승급심사를 하며 최종적으로 1급까지 승급한다. 이후 국기원에서 시행하는 승품, 단 심사를 통해 합격하면 비로소 본인의 띠에 이름을 새긴다. 유단자는 국기원 홈페이지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특히 태권도 규정은 나이에 따라 승품과 승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만15세 미만일 경우 심사를 보고 합격하게 되면 1품으로 상승해 ‘유품자’가 된다. 만 18세 이상부터는 ‘유단자’라는 칭호로 바뀐다. 품과 단은 나이에 따른 명칭일 뿐이다. 만 18세가 되는 시기에 1품, 2품, 3품은 간단한 신청을 통해 1단, 2단, 3단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만 18세 이전에 4품을 취득했더라도 4단은 사범자격조건이 되는 레벨이기에 보수교육을 통해 단전환이 가능하다.

대한태권도협회 규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모든 태권도장이 승품·승단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심사 종류는 시·도 협회에 등록된 도장에 다니는 수련생을 위한 ‘정규 심사’와 그 외 ‘비정규 심사’로 구분한다.
세계태권도 본부인 국기원에 등록된 품·단을 딴 현황에 따르면 2021년 9월 현재 1천만명으로 이 가운데 1단 이상이 5백만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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