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쿠드롱의 저주’다.
쿠드롱은 최근 열린 4차, 5차, 6차 대회에서 3연속 우승했지만 앞선 3차례의 대회에선 결승 진출을 놓쳤다.
그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들은 모두 우승 실력을 갖춘 강자들이었다.
지난 해 3월의 SK 월드챔피언십에선 호프만이 쿠드롱을 잡았다. 16강전에서 3-1로이겼다. 샷 감각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본기가 탄탄한 터 여서 우승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8강전에서 강동궁에게 1-3으로 바로 무너졌다.
가면만 쓴 묘한 당구 인플러언서가 아니라 실력이 만만찮은 재야고수로 급 부상했다.
우승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 싶었던 화제의 해커는 그러나 4강전에서 마르티네스에게 0-4로 완패했다.
쿠드롱은 11월의 3차 휴온스 챔피언십 8강전에선 신정주에게 1-3으로 물렸다. 신정주는 원년 대회 챔피언. 우승 기운이 감도는 듯 했다.
두 번째 우승을 내다봤으나 4강전에서 레펜스에게 3-4로 무너졌다. 쭉 이기고 있다가 레펜스의 7세트 5이닝 5연타에 당해 손에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마민캄은 쿠드롱의 천적. 천하 제1의 쿠드롱도 마민캄을 만나면 힘을 못쓴다.
챔피언십 4차례 대결 전적이 1승3패다. 그런데 쿠드롱을 3번이나 꺾고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더 하다. 아무래도 쓸데없이 이긴 듯 하다.
둘 모두 16강행이 결정된 다음의 32강전 3차전이라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었다.
마민캄이 3-1로 역전승, 3전승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1번 시드로 유리한 위치에서 16강 진출자 중 최하위인 16위를 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16위가 까다로운 서현민이었고 1-3으로 졌다.
쿠드롱을 꺾었다는 기쁨을 즐길 새도 없이 16강 탈락이었다. 쿠드롱은 김임권을 3-0으로 완파하고 여유만만하게 8강행.
졌다면 어땠을까. 김임권도 잘 싸우나 그래도 서현민보다 편했을터. 그리고 이기면 김종원.
이긴 게 화근이었다.
‘쿠드롱의 저주’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쿠드롱을 무너뜨리려고 힘을 너무 많이 소진했거나 뜻밖의 승리로 붕 떠있는 바람에 차분하게 승부를 펼치지 못했거나 샷 감각이 좋은 강자를 만났기 때문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를 이기고 난 다음 길이 좋지는 않다.
8강전은 쿠드롱-김종원, 강동궁-오성욱, 서현민-사파타, 호프만-신정주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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