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단거리에선 야구 헤드 슬라이딩(Head Sliding)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헤드 슬라이딩은 몸을 엎드려 전신으로 미끄러지면서 손끝으로 베이스를 터치하는 동작을 말한다. 하지만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육상 110m 허들에서 마치 헤드 슬라이딩과 같은 자세로 골인한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져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일명 ‘다이빙 골인’의 주인공은 브라질의 빅토르 데 올리베이라다. 남자 110m 허들 예선 3조 경기에서 올리베이라는 골인 지점을 앞두고 몸을 날려 골인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리베이라는 13초 63을 기록하며 골인해, 3조 4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 기록은 5위 안토니오 알카나(남아공)과 고작 0.01초 차이였다.
올리베이라는 ‘토르소 기준’을 고려해, 마지막에 몸을 던지는 것이 수직으로 서서 들어가는 것보다 결승선에 몸통을 먼저 닿게 할 수 있다고 여겨 ‘다이빙 골인’을 했다고 한다. 올리베이라의 ‘다이빙 골인’은 당시 규정 내에서 이뤄진 정당한 플레이로 간주되고 있다.
토르소(Torso)는 인체의 몸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이다. 라틴어 'Thyrsus'가 어원인 토르소라는 단어가 조각용어로 자리를 잡은 것은 19세기쯤이라고 한다. 그리스·로마 유적에서 발굴된 토르소에 조각으로서의 미를 인정한 근대의 조각가들은 토르소가 인체의 미를 상징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한다. 현대조각에서 볼 수 있는 팔·다리나 목이 없는 몸통의 조각은 완성된 예술작품으로 분류한다. 토르소의 미를 순수화하기 위하여 목이나 팔·다리를 생략하고 인체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인 효과로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조각미술뿐만 아니라 의류업체, 나아가서 가방 제조 업체에도 토르소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네킹들 중에서도 옷에 대한 고객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토르소 부분만 금속봉에 끼워 올려놓기도 한다. 배낭의 경우 처음 만들 때부터 토르소 개념을 인체공학적으로 고려한다.
우리나라에선 1960년대부터 예술, 문학, 의류 분야 등에서 토르소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1961년 7월27일자 '최연홍(崔然鴻) 시집(詩集) 해변(海邊)의표상(表象)'이라는 기사에서 시인 박두진은 '전편(全篇)에 흐르는 미적(美的) 조화(調和)는 정적(靜寂)의 경지(境地)에서 태동(胎動)하는 바닷가로 피안(彼岸)의 구도(構圖)를 위한 「토르소」가 개선(凱旋)의 기폭(旗幅)을 날리고 또 아득히 침잠(沈潜)한 전통(傳統)의 하늘과 현대(現代)의 정신적(精神的) 갈등(葛藤)이 미묘(微妙)한 표현력(表現力)을 통하여 고차원(高次元)의 일면(一面)을 보이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육상에서 토르소는 골라인으로 들어올 때 포토 피니시로 찍힌 사진판독에서 주로 활용한다. (본 코너 768회 '왜 '포토 피니시(Photo Finish)'라고 말할까' 참조) 사진 필름에는 선수의 골인하는 순간만이 연속하여 찍힌다. 동시에 0.2초마다 신호가 수자로서 100분의 1단위의 전기신호가 종선으로 찍히기 때문에 토르소가 가장 빨리 도달한 점을 비교하여 사진의 오른쪽으로부터 순위를 붙여 가면 도착순의 판정과 계측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엉덩이가 커서 토르소의 일부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골인라인으로 달려 들어오면서 넘어져 엉덩이부터 골인이 되더라고 엉덩이가 토르소의 일부로 인정받아 실격처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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