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67] ‘타임 키퍼(Time Keeper)’는 왜 중요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8-05 07:13
(유진 EPA=연합뉴스) 매클로플린이 지난 달 23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50초68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광판에 공식 타임키퍼인 일본 시계브랜드 세이코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유진 EPA=연합뉴스) 매클로플린이 지난 달 23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50초68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광판에 공식 타임키퍼인 일본 시계브랜드 세이코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세계신기록을 표시한 전광판에 일본 시계업체 세이코(SEIKO) 로고가 선명하다. 미국의 육상 스타 시드니 매클로플린(23)이 지난 달 23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50초68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성조기를 등 뒤로 펼쳐보이고 전광판 옆에서 기념 포즈를 취했다. 사진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후원한 세이코의 로고가 잘 보였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공식 타임키퍼는 세이코다. 1985년부터 세계육상연맹이 개최하는 모든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세이코는 스위스가 장악하다시피 한 첨단 시계산업 분야에서 일본 브랜드의 자존심으로 불리면서 성장해왔다.

타임 키퍼(Time Keeper)는 말 그대로 공식 경기에서 계시와 관련한 공식 기록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는다. 시간으로 승부를 가리는 육상 트랙, 수영 경영 등에서 타임 키퍼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공식 타임키퍼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등을 후원하며 재정적인 도움을 줄 뿐 만 아니라 각종 기록 계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다.
원래 인간은 태양에 의한 자연적인 시간에 오랫동안 의존하며 삶을 영위했다. 매일 태양이 뜨고 지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생존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중세 시대이후 엄격한 시간관리와 규범으로 생활하는 유럽 수도원을 중심으로 시계가 발명됐다. 이에 따라 시계가 근대 시대에서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간관리는 인간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던 것이다.

영국에서 18세기 산업혁명에 이어 19세기 스포츠혁명이 일어난 뒤 시간으로 경쟁하는 육상, 수영 등 경기에서 정확한 계측을 위해 시계가 본격적으로 활용됐다. 정밀한 기술을 요하는 시계공업이 발달한 스위스 업체들이 스포츠 분야에서 단연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올림픽에선 스위스 시계업체 오메가, 론진, 티소 등이 그동안 공식 타임키퍼로 운영됐다. 오메가는 1932년 LA올림픽부터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 사실상 독주하며 올림픽 타임키핑의 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메가의 혁신적 발명품 중 하나는 ‘독립적 휴대용 방수 광전자 장치’이다. 이 장치에 활용된 기술은 육상경기에서 여러 명의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 ‘레이슨드 오메가 타이머(Racend OMEGA Timer)의 개발로 이어졌다. ‘포토 피니시 카메라’로도 불리는 이 타이머가 개발된 것은 1949년이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때 오메가는 ‘오메가 타임 리코더(OMEGA Time Recorder·OTR)’라는 포토 피니시 카메라를 제공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전자 계측을 도입한 것이다. 이때부터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의 기록을 100분의 1초 단위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오메가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선 모회사인 스와치 그룹의 ‘스와치(SWACH)’와 공동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론진은 첫 근대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올림픽서부터 시작된 타임키퍼로 출발을 했다. 1912년 스톡홀름서 공식 기록측정기를 사용한 론진은 휴대용 타임워치로 공식 경기용으로 개발했다. 론진은 특히 동계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52년 오슬로, 1960년 스쿼밸리, 1964년 인스부르크, 1968년 그레노블,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 1992년 알베르빌에서 론진이 기록을 측정했다. 론진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타임키퍼가 론진이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는 전문가 40명과 35t의 측정 장비, 30㎞의 케이블을 지원했다. 론진은 하계올림픽으로는 서울올림픽 외에 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LA올림픽 등에서 활약했다.
티소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공식 타임키퍼로 선정됐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타임키퍼도 맡았다. 사실 오메가, 론진, 티소는 1970년대 이후 같은 스와치그룹 회사로 통합됐다. 1999년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VMH가 인수한 시계 명품 태그호이어는 1932년 LA올림픽이전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 운영됐다.

시간 계측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지만 축구에서도 스위스 시계브랜드 위블로(HUBLOT)가 타임키퍼로 운영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공식 후원을 시작했다. 위블로는 선수 교체 시 사용하는 보드 아랫부분에 HUBLOT라는 브랜드 이름을 넣으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위블로는 유로 2008 공식 파트너로도 활약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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