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13] 한국 사격의 개척자 ‘피스톨 박’의 ‘피스톨’은 어떤 의미일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9-20 11:19
2018년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라냐 세계사격연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박종규 전 한국사격연맹 회장 흉상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2018년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라냐 세계사격연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박종규 전 한국사격연맹 회장 흉상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박종규 전 대한체육회장(1930-1985)은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내며 ‘피스톨 박’으로 불렸다. 이 말은 박종규 경호실장의 성 앞에 권총을 의미하는 영어 ‘Pistol’을 써 총을 잘 쏜다는 의미를 가졌다. 정작 박종규 회장 본인은 이 별명을 가장 듣기 싫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Pistol’은 16세기에 처음 사용됐으며, ‘작은 무기’와 ‘작은 단검’을 의미하는 중세 프랑스 ‘Pistolet’에서 유래됐다. 휘슬을 뜻하는 체코어 ‘Pistala’‘가 프랑스어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영어를 뺀 유럽의 각종 언어에서 ‘Pistol’과 비슷한 단어를 쓰고 있다. 프랑스어 ‘Pistolet’, 스페인어 ‘Pistola’, 러시아어 ‘Пистолет’ (피스톨례쯔), 포르투갈어 ‘Pistola’, 이탈리아어 ‘Pistola’, 독일어 ‘Pistole’, 네덜란드어 ‘Pistool’, 루마니아어 ‘Pistolă’ 등을 총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영어에선 총을 ‘Gun’이라고 말한다. (본 코너 1212회 '왜 '총'이라 말할까' 참조)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때부터 ‘피스톨’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동아일보 1920년 8월16일자 ‘海港(해항)로만쓰’ 기사는 피스톨을 육혈포와 같은 의미로 알렸다. 육혈포(六穴砲)는 탄알을 재는 구멍이 여섯 개 있는 권총을 뜻한다.

지난 1964년부터 1974년까지 청와대 경호실장을 맡았던 박종규 회장은 1969년 대한사격연맹회장직을 맡으면서 스포츠계와 인연을 맺었다. 1975년 아시아 사격 종신 명예회장, 1976년 세계사격연맹 총회서 부회장에 당선돼 국제 스포츠무대서도 역량을 과시했다. 1978년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인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박 회장은 1979년 대한체육회장에 취임, 2년간 활동한 뒤 1984년과 1985년 IOC 위원으로 재임했다.

12.12 군사반란으로 사법처리된 특전사 3공수여단 15대대 박종규 중령(전 육군 예비역 소장)은 ‘피스톨 박’과 동명이인이다. 그는 한자로 ‘박종규(朴琮圭)’라고 써, ‘피스톨 박’인 박종규(朴鐘圭)‘와 가운데 한자가 다르다. 그는 비운의 군인이었다. 신군부 전두환 소장 측인 직속 상관 최세창 3공수 특전여단장으로부터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연행하라”는 명령을 받고 예하 대대장으로 병력을 끌고 출동했다. 당시 정병주 특전 사령관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교전이 벌어져 손에 총상을 입었고, 초급장교 시절부터 공수부대에서 줄창 근무해 친형제 못지않게 지냈던 육사 2년 후배인 김오랑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이 자신의 부하들 총에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박 전 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육군 사격훈련단장을 맡아 사격 대표팀 훈련 총책임자로 활동해 사격과 무관하지는 않다. 서울올림픽에서 육군 사격훈련단 소속이었던 차영철이 소총 소구경 복사에서 한국 사격 올림픽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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