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08] 양궁에서 왜 ‘튜닝’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9-15 07:13
양궁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경기 전 여러 장비를 점검하는 튜닝을 철저히 한다. 사진은 국내 양궁 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궁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경기 전 여러 장비를 점검하는 튜닝을 철저히 한다. 사진은 국내 양궁 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궁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기 전 여러 장비를 챙겨야 한다. 활, 화살을 자신의 몸에 맞게 하기 위해 점검해야하는 것이다. 이를 튜닝(Tuning)이라고 말한다. 원래 튜닝은 조율을 한다는 의미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Tuning’는 악기 음정을 조정한다는 동사 ‘Tune’에 ‘ing’가 붙어진 동명사형 단어로 1500년대에 처음 사용됐다. 튜닝이라는 말은 음악에서 악기의 음을 표준음으로 맞추어 고르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19세기 말 마차를 대신해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자동차를 개조하는 의미가 더해졌다. 현재는 성형수술을 튜닝이라고도 말한다. 사람을 새롭게 개조한다는 의미로 쓰게 된 것이다.
양궁 경기에 사용되는 활은 대회전에 대회 임원의 점검을 통해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선수들이 아무리 큰 활을 들고 나와 긴 화살을 쏘든 관계가 없다. 활의 효능은 크기나 규격에 관계없이 선수 체격과의 조화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활의 규격을 굳이 까다롭게 규정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자신의 체격과 체형에 맞는 활을 선택해야 한다. 활 시위는 가락 수에는 제한이 없어 여러 가락으로 되었든 한가락으로 뙤었든 무관한다. 또 시위 한복판 시위를 거는 위치에 시위걸이를 할 수 있으며 시위를 당겼을 때 경기자의 입술이나 코끝이 닿는 부분을 표시할 수 있다. 이런 전반적인 과정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양궁 선수에게 튜닝은 매우 중요하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이 양궁에서 튜닝이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조선일보 1985년 11월9일자 ‘성능줄어든 具(구)자청의 활’ 기사에서 ‘6일부터 현대인력개발원서 벌어지고있는 전국양궁선수권대회에서 지난 10월초 제33회세계대회때 단체전우승과 개인전준우승을 휩쓴구자청(具滋晴)(한체대)이 30위권에서 맴돌아 주변사람들을안타깝게하고 있는데,사연인즉 그가 아끼는 활이 말썽을부리기 때문이라고. 기구를 사용하는 스포츠종목에서 제품의 성능은 곧 기록을 의미하기때문에 대표선수들은 세계제일로 평가받는제품들을 구입해서 사용하는것이 통례. 구자청(具滋晴)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야마하제품을사용하며 각종 국제대회에서우수한 성적을 올렸지만,지난세계대회이후 2주정도 활을 잡지 않았더니 예전과는달리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화살이 날아간다는 게구(具)의 하소연.남자 대표팀의박경래(朴景來)코치는『활과화살줄은기타의 조율처럼 손끝 감각과 일치할때만 제기능을 발휘한다』면서『구자청(具滋晴)의 자세나 컨디션에 별 문제가 없으면서도 기록이 극도로 저조한것은 역시 활의 튜닝이제대로 안돼있기 때문』이라고 진단’고 보도했다. 1984년 LA 올림픽에 참가했던 남자 간판 구자청이 활 튜닝문제로 국내 대회서 자신의 기록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아일보 1998년 12월2일자 ‘"전종목 '금' 맞힌다"’ 기사는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남녀 양궁이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태국의 낮 기온이 29, 30도여서 국내에서보다 화살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튜닝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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