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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25] 북한에서 왜 '배영'을 '등헤염'이라 말할까

2026-03-16 08:06:40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게임 수영 남자 100m 평형 SB6 결승에서 북한 심승혁이 역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게임 수영 남자 100m 평형 SB6 결승에서 북한 심승혁이 역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영에서 ‘배영(背泳)은 영어 ‘backstroke’를 번역해서 옮긴 일본식 한자어이다. '등 배(背)’와 ‘헤엄친 영(泳)’이 합성된 단어로 말 그대로 등쪽을 물을 향해 수영한다는 뜻이다. backstroke는 등을 의미하는 ‘back’와 친다는 의미인 ‘stroke’의 합성어이다. 등을 대고 팔을 저어 헤엄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의미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단어인 것이다.

배영은 옛날부터 해오던 수영법이었다. 평영과 같은 동작을 뒤집은 채 양손을 움직여 물을 헤엄치고 나갔다. 4개 영법에선 크롤이 먼저 개발된 뒤 배영이 2번째로 등장했다.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처음으로 200m 배영 경기가 첫 선을 보였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100야드 배영 경기가 열렸다. 당시는 50야드 수영장에서 경기가 벌어졌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100m 배영 경기가 시작된 뒤 남자 경기로 유일하게 100m 배영만 열리다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200m 배영이 다시 도입됐다. 여자 배영 종목은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100m 종목이 처음 열렸으며,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여자 200m 배영이 추가됐다.
우리나라언론에선 배영이라는 말은 1920년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1924년 10월22일자 ‘수영선수권(水泳選手權)’ 기사는 ‘일본체협주최제구회일본선수권수상경기대회(日本體協主催第九回日本選手權水上競技大會)는동경지공원(東京芝公園)『풀』에서행(行)한바최후우승자(最後優勝者)의기록(記錄)은아래와갓다. 오십미삼목(五十米杉木)29초(秒)4▲백미목촌(百米木村) 1분(分)9초(秒)▲이백미아왕(二百米兒王)2분(分)30초(秒) ▲사백미완옥(四百米完玉)5분(分)53초(秒)4▲팔백(八百) 미완옥(米完玉)12분(分)23초(秒)6▲이백미평(二百米平) 영삼창(泳三倉)3분(分)23초(秒)4▲백미배영야(百米背泳野) 총(塚)1분(分)27초(秒)3▲곡도청수(曲跳淸水)(F.D. C)5점(點)▲이백미(二百米)리레자목중학(茨木中學) 1분(分)59초(秒)2▲팔백미(八百米)리레자목수(茨木水)영단(泳團)11분(分)4초(秒)6(동경전(東京電)’이라고 전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평영과 함께 배영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본 코너 802회 ‘왜 ‘배영(背泳)’이라 말할까‘ 참조)
북한에서는 배영을 ‘등헤염’이라 부른다. “등을 대고 헤엄친다”는 뜻이다. 한자어 대신 우리말 '등'과 '헤염'을 풀어서 쓴 것이다. 단어만 보면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뜻을 풀어보면 오히려 더 직관적이다. “등을 대고 헤엄친다”는 말 그대로 동작을 그대로 설명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어휘 차이가 아니라 남북한의 언어 철학과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한자어 대신 뜻이 바로 드러나는 우리말 표현을 선호한다. 그래서 ‘수영’ 대신 ‘헤염(헤엄)’을 쓰고, 수영 영법도 등헤염, ‘가슴헤염(평영), 나비헤염(접영)’처럼 동작 중심으로 이름을 붙인다. 이는 북한이 추진해 온 이른바 ‘말다듬기’ 또는 언어 정화 정책과 관련이 있다. 북한은 외래어와 어려운 한자어를 줄이고, 순우리말 중심으로 어휘를 정리하려는 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해 왔다. (본 코너 1594회 ‘북한에선 왜 ‘수영’을 ‘헤염치기’라고 말할까‘, 1722회 ‘북한 수영에서 ‘접영’을 왜 ‘나비헤염’이라 말할까‘
이러한 언어 정책은 북한의 표준어인 ‘문화어’ 체계 속에서 나타난다. 문화어는 평양 중심 언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외래어와 한자어를 정리해 비교적 “쉬운 말”을 지향하는 특징을 가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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