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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95] 당구에서 ‘뒤돌리기’를 ‘우라마와시’라고 부른 이유

2026-05-26 06:36:34

여자 당구 전설 김가영
여자 당구 전설 김가영
'뒤돌리기'는 당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격 패턴 가운데 하나다. 말 그대로 수구가 목적구를 맞은 뒤 테이블 바깥을 크게 돌아 다시 안쪽으로 들어오며 다른 공을 맞히는 형태다. 초보자는 ‘멀리 돌아온다’ 정도로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회전·두께·쿠션 각도·장축과 단축의 흐름이 모두 결합된 고급 시스템 샷이다.

영어식 용어로는 ‘Outside angle shot’이라고 부른다. 바깥쪽을 의미하는 ‘outside’, 각도를 의미하는 ‘angle’, 그리고 타법을 의미하는 ‘shot’가 합성된 단어로 말 그대로 풀면 ‘바깥 각도로 보내는 샷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표현은 주로 포켓볼·캐롬 계열 영어권 해설에서 쓰인다.

한국 당구 문화에선 뒤돌리기를 오랫동안 ‘우라마와시’, ‘우라’ 등으로 불렀다. 이 말이 쓰인 것은 한국 당구 문화 특유의 역사와 언어 습관이 얽혀 있다. 이 말은 단순한 일본어 잔재가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오랫동안 일본식 당구 용어가 한국 당구장의 공용어처럼 쓰였던 시대의 흔적이다.
‘마와시(回し)’는 일본어로 ‘돌린다’, ‘회전시킨다’는 뜻이다. 여기에 뒤를 의미하는 ‘우라(裏)’가 붙으면 ‘뒤로 돌린다’는 의미가 된다. 우라마와시는 직역하면 ‘뒤로 돌려 치기’ 정도가 된다. 한국식 표현인 ‘뒤돌리기’와 의미가 거의 정확히 겹친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한국 당구장에서는 원래의 일본어 발음인 ‘우라마와시’가 세월을 지나며 ‘우리마와시’, ‘우라’, ‘마와시’처럼 변형되었다는 점이다. 외래어가 생활 속에서 입에 붙으며 토착화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당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때 한국의 스포츠·오락 문화 상당수는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특히 당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도시 유흥 문화 속에서 빠르게 퍼졌고, 기술 용어 역시 일본식 표현이 그대로 정착했다. 그래서 지금도 중장년층 당구인들은 ‘오시’, ‘다마’, ‘겐세이’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쓴다.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밀어치기’, ‘공’, ‘견제’ 같은 순화어를 더 많이 쓰지만, 오래된 당구장에서는 여전히 일본식 용어가 정겹게 들린다. (본 코너 1779회 ‘왜 아직도 '당구공'을 ‘다마’라고 부를까‘, 1793회 ’당구에서 ‘밀어치기’를 ‘오시’라고 불렀던 까닭은‘, 1794회 ’당구에서 ‘견제’를 왜 ‘겐세이’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마와시라는 표현이 흥미로운 이유는, 사실 정확한 일본어도 아니라는 데 있다. 언어는 늘 사용자의 입 안에서 변형된다. 부산 사투리가 서울말과 다르고, 영어가 한국에 들어와 ‘핸드폰’, ‘원샷’처럼 변형되듯, 당구 용어도 한국식 발음과 리듬 속에서 다시 태어난 셈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촌스럽고 낡은 표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당구장 특유의 생활 문화와 향수를 불러오는 단어다.

결국 뒤돌리기를 왜 우리마와시라고 부르느냐는 질문의 답은 단순하다. 일본식 당구 문화가 한국에 깊게 뿌리내렸고, 그 말이 세월 속에서 한국식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단어 안에 오래된 당구장의 풍경이 함께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담배 연기 자욱한 지하 당구장, 초크 냄새, “우라 길게 봐!”라고 외치던 목소리까지도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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