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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21] 북한에서 왜 ‘역도’를 ‘역기’라고 말할까

2026-03-12 05:38:51

2025 세계선수권 여자 48㎏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북한 역도 스타 리성금 [연합뉴스]
2025 세계선수권 여자 48㎏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북한 역도 스타 리성금 [연합뉴스]
‘역도(力道)’는 전통 한자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번역어이다. ‘힘 력(力)’과 ‘길 도(道)’자를 써서 힘을 쓰는 길이라는게 원래 의미이다. 사전적 정의는 역기를 들어 올려 그 기록을 겨루는 경기이다. 역도의 서양 명칭은 ‘웨이트리프팅(weightlifting)’이다. 19세기 말 서양 스포츠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영어 ‘weightlifting’을 번역하기 위해 ‘力道(りきどう)’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다. 이후 일본에서는 ‘ウェイトリフティング(웨이트리프팅)’과 함께 사용되다가 점차 ‘重量挙げ(중량들기)’가 더 일반화됐다. 한국서는 일본과 달리 역도라고 부른다.

일제강점기 학교 체육과 스포츠 문화가 들어오면서 일본식 체육 용어가 함께 전해졌다. 이때 역도라는 번역어도 한국 체육계에 들어와 그대로 정착했다. 그래서 한국 스포츠 용어에는 역도(力道), 유도(柔道), 검도(劍道)처럼 ‘도(道)’가 붙은 일본식 근대 체육 용어가 많이 남아 있다. (본 코너 1231회 ‘왜 ‘유도(柔道)’라고 말할까‘, 1331회 ‘왜 ‘역도’라고 말할까‘ 참조)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7년 5월21일자 ‘역기(力技)를 역도(力道)로 개칭(改稱)’ 기사는 ‘조선력기연맹(朝鮮力技聯盟)에서는 종래(從來)의 역기(力技)(일명(一名)은 중량양(重量揚))란 명칭(名稱)을 개정(攺正)하야 압흐로는 역도(力道)라고 부르기로되엿다한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중량양’은 ‘중량거(重量擧)’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역기를 역도라고 표현한 것은 문곡 서상천(1902~?) 선생의 제안에 의해서라고 한다. 그는 단순 체육을 넘어 정신적 도덕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도(道)’라는 표현을 했던 것이다. 서상천 선생은 1902년 대구 달성군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에서 체육학교를 졸업한 뒤 휘문고보에서 교편을 잡았다. 암울한 식민지 시절, 그는 체육을 통한 민족 중흥을 꿈꾼 인물이었다. 역도라는 경기 명칭을 독자적으로 만든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북한에서는 이 종목을 ‘력기’ 또는 ‘력기경기’라고 표현한다.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외래어와 난해한 한자어를 줄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문화어’ 정책을 추진해 왔다. 체육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국제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영어식 용어나 일본식 번역어를 그대로 쓰기보다 경기의 성격을 설명하는 말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역도는 ‘력기’라는 이름을 얻었다. ‘력기(力器)’는 말 그대로 ‘힘을 쓰는 기구’라는 뜻이다. 바벨과 같은 기구를 들어 힘을 겨루는 경기라는 의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한 표현이다. 역도라는 말이 ‘힘의 길’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 것과 달리, ‘력기’는 운동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는 이런 용어가 그대로 통용되기 어렵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는 영어 중심의 공식 용어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여전히 ‘력기선수’, ‘력기경기’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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