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 축구계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인사가 "한국 축구 월드컵 못가면 책임질거냐"라며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과정을 무시하면 발전이 없다. 월드컵 본선에만 가면 뭐하나? 그 이상을 해야 한다.
미안하지만 한국 축구는 항상 월드컵 본선 진출, 좀 나으면 16강이 최고 목표였다. 아직도 그렇다.
한국 축구가 이처럼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지금 축구계에는 이런 '결과지상주의자'가 너무 많다.
이들은 항상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 왜 흔드는가? 그러다 월드컵 못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현실 불가피론을 핀다.
문제가 있으면 그때 고쳐야 한다. 덮어두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축구인들이 하나가 되는 일이다. 지금 축구계는 '사분오열'돼 있다. 서로 잘났다고 떠든다. 자기들은 분열돼 있으면서 선수들에게만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의 다툼을 이해하기는커녕 이를 이용한 어른이었다.
그는 대표팀 선수들을 하나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는 손흥민-이강인 갈등을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비판의 출구전략으로 이용했다.
그는 손흥민-이강인의 불화를 탓하고, 전술적 부족함은 인정하지 않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참 못난 어른들이다. 선수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월드컵 본선 진출은 그저 한국 축구 위상을 높이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목적이 아니다. 목적은 축구를 통한 축구인들과 팬들의 행복 추구다.
그런데 월드컵이 목적이 돼버렸다. 이는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수단에 불과해야 할 이데올로기가 목적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과 같다. 그로 인해 인류는 얼마나 많은 비극을 맞았던가?
오늘날 한국 축구계가 이런 상황이다. 축구계 어른들이 '결과지상주의'에 취해 있는 한 한국 축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다.
바뀌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바뀌어야 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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