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자베스 여왕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주로 활동하며 100억원 이상의 경마 상금 수익을 벌어들였다. 여왕은 젊은 시절 아마추어 기수로 활동했으며, 마주로서 영국 로열 에스콧 경마장의 앱섭 더비 우승마를 직접 시상하기도 했다.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영국의 수상보다 더비 경기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경주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마주를 명예롭게 여겼다. 전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고인이 된 아내가 내가 경주마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알았다면 나를 죽였을 것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국내에도 이들 못지않게 마주로서 영예를 소중히 하며, 말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유명한 마주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300승을 달성한 이종훈 마주가 그 주인공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부경 경마 마주로 활동 중인 이종훈 마주는 지난 16일 부경 4경주에서 경주마 ‘벌마킹’의 우승으로 역사적인 300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어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서울 8경주 헤럴드경제배 대상경주에서 경주마 ‘석세스백파’의 우승으로 400승을 향한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

이종훈 마주의 300승 또한 마찬가지다. 20년이라는 세월을 한국 경마와 함께하며 엄청난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주에 출전한 땀의 결실이다. 경마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우승을 염원하듯이, 우승을 차지하는 날도 허탈하게 돌아서는 날도 있었다. 말의 수급부터 보유한 말의 부상 등 위험에 따른 손실과 우려를 감내한 인고의 시간을 몇십 년에 걸쳐 견뎌내야 누릴 수 있는 것이 마주 다승의 영예다. 마주는 수지가 안 맞는다고 경마를 떠날 수 없다. 말 생산부터 경주까지 4~5년의 사이클로 유지되는 경마에서 마주들이 경마를 놓고 떠난다면, 경마를 복원하는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마주들은 적자와 위험을 감수하고 경마를 지켜온 한국 경마의 주역인 셈이다.
역대 최다승 마주인 이종훈 마주는 아델스코트C.C와 ㈜에이스나노켐의 대표로 2005년 마주로 데뷔했다.
2008년 코리안오크스에서 경주마 ‘절호찬스’의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헤럴드경제배까지 총 17차례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2015년 코리안더비 우승마 ‘영천에이스’, 2015년 부산광역시장배 우승마 ‘벌마의꿈’,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우승마 ‘월드선’, 2023년 KRA컵마일 우승마 ‘베텔게우스’, 2024년 SBS스포츠스프린트 우승마 ‘벌마의스타’ 등 한국 경마의 걸출한 명마들이 이종훈 마주의 품에서 탄생했다.
오늘날 마주는 개인의 단순한 투자나 취미가 아닌, 경마와 말산업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마주가 된 만큼, 마주가 된 사람들은 경마가 동물과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마주로서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다. 300승 달성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종훈 마주는 “기수와 조교사, 관리사 등 경마 종사자분들과 훌륭한 말을 생산하는 축산농가 덕분”이라며 “경마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레저 스포츠로 인식되는 날까지, 더 나은 경주를 위해 좋은 말을 공급하고 경마 문화 발전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재후 마니아타임즈 기자/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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